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심각
우리나라 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넣어둔 통장의 돈이 교묘한 금융사기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국내 금융사기는 연간 7만건에 3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으로 자부하는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오히려 금융사기에 악용되면서 '금융사기 천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도 나름대로 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날로 첨단화·지능화되는 금융사기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지난 2014년 기준 연간 2963억원(6만899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사기는 지난 2012년 1515억원(4만4888건)에서 2013년 2241억원(5만8690건), 2014년 2963억원(6만8999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중 보이스피싱 사기는 2012년 805억원(1만4797건), 2013년 818억원(1만926건), 2014년 1303억원(1만6803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파밍을 비롯한 인터넷 사기의 경우 지난 2012년 349억원(7554건), 2013년 547억원(1만5197건), 2014년 861억원(1만9056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출사기의 경우 지난 2012년 361억원(2만2537건), 2013년 876억원(3만2567건), 2014년 799억원(3만3140건) 등으로 조사됐다. 금융사기와 연계된 대포통장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포통장은 지난 2012년 3만3496건이던 것이 2013년 3만8437건, 2014년 4만4705건 등으로 증가했다. 이런 금융사기는 사기범 2∼4명이 조직적으로 금융당국.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수법부터 정상 금융사이트에 악성코드를 심어 고객 몰래 거액을 빼내가는 첨단 해킹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정상적인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 입력한 금융거래 정보를 가로채는 수법인 '메모리 해킹'까지 등장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인터넷뱅킹 오류로 인해 거래가 종료되거나 거래 완료 후 추가로 보안카드번호를 입력토록 유도하고 있어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임종룡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나서 서민금융대책의 일환으로 '서민 대상 금융사기 근절 종합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책에는 금융사기범의 처벌 강화와 소비자 보호·구제방안 강화, 금융사 보안시스템 강화, 유관기관과 공조 구축 등이 담길 전망이다.
금감원도 진웅섭 원장 취임 후 '서민 대상 금융사기 근절'을 최우선 감독방향으로 잡아 금융사기 단속에 감독능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은 최근 금융사들에 금융사기 대응과 관련한 공문을 보내 '금융사기에 소홀히 하는 금융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 금융사기 대처요령을 담은 종합 안내서도 발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거래 정보가 노출됐거나 사기범에게 돈을 송금.이체한 경우 최대한 빨리 금융회사 콜센터, 경찰, 금감원 등에 연락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