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일이 잘 안풀리네!”
문재인-권노갑 회동 돌연취소
5일 예정됐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의 회동이 돌연 취소되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애초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권 고문를 비롯해 김원기·임채정 상임고문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30분 앞두고 일정이 취소되었다. 이에 따라 동교동계의 지원을 이끌어내 4·29 재보선 판세를 유리하게 바꿔보려는 문 대표의 선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이날 회동 취소 배경에 대해 “회동에 참석할 상임고문단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아 회동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논의 과정에서 참석자 범위를 다른 상임고문들과 최고위원들로 넓히기로 하면서 일정을 재조율해 날짜를 다시 잡기로 한 것"이라며 "권 고문도 당의 혁신과 통합, 재보선 적극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일정 재조정인 만큼 억측하지 말아 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다만 모임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여전히 권 고문의 선거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동교동계의 복잡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동교동계의 핵심 인사는 "맨처음에 상임고문단 회의라고 했다가 '원로회의'로 바뀌고 장소도 전례 없이 재보선 지역구로 잡는 등 혼선이 계속 빚어졌다"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아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동교동계 핵심 원로인 권 고문을 비롯해 임채정·김원기 전 고문과 정태호 관악을 후보가 함께 참석하는 ‘원로와의 대화’를 열 예정이었지만 주말 사이 상임고문단-최고위원 연석 간담회로 형식을 변경했다. 회동 장소 역시 서울 관악을에서 여의도 당사로, 다시 국회 당 대표실로 옮겼다. 재보선 위기감에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일정을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가뜩이나 문 대표 체제에서 '호남 소외론'을 주장하고 있는 동교동계 입장에서는 당이 회의 형식으로 혼선을 낳는 등의 모습에 반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권 고문 측은 "권 고문은 변함없이 재보선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돕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이날 오전 일찍 임채정·김원기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전체 상임고문단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잡다 보니 성원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대로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다시 일정을 잡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역시 "일정이 조정되고 연기된 것"이라며 "일정이 조정됐을 뿐 형편이 되는 대로 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권 고문을 포함해) 우리 당의 선배들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 함께 해주실 분들을 늘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박지원 의원도 근일 간에 만나 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동영 어색한 만남
또한편 이날 오후 문재인 대표와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만났다. 5일 오전 부활절 미사가 열린 서울 관악구 서원동 성당(옛 신림동 성당)에서다. 정 전 의원은 예정된 미사 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오전 9시30분에 도착한 정 전 의원은 부인 민혜경 여사, 임종인 전 의원 등과 함께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약 30여분이 지나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함께 성당에 도착했다.
문 대표가 정 후보와 함께 성당 입구에서 신도들을 만나자,먼저 신도들과 인사를 나눈 정 전 의원이 부인과 함께 문 대표에게 다가왔다.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은 옅은 미소와 함께 짧은 악수만 나눴다. 어색한 만남이었다. 성당 안에서도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은 자리가 달랐다. 정 전 의원이 맨 앞줄에 부인과 함께 앉았고, 문 대표는 중간열에 정 후보, 김현미 비서실장 등과 함께 앉았다. 미사가 끝날때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표와 정 전 의원은 성당 밖으로 따로 나와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이날 문 대표는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던 도중 취재열기가 과열되자 “이렇게 하시면 인사를 방해하시는 거예요”“멀리서 취재해주세요”라며 평소보다 조금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중으로 예정됐던 권노갑 상임고문등과의 간담회가 취소된 직후여서 “문 대표의 심기가 불편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문 대표는 성당 미사가 끝난 뒤 신림역 사거리의 한 쇼핑몰로 이동해 정 후보의 유세를 도왔다. 이후 정 후보와 함께 관악구 호남향우회 임원진들과 오찬을 했다. 기자와 만난 한 노빠는 좀 막힌듯 하지만 열받은 듯 이렇게 말했다 "젠장, 문대표가 답답할 것 없다. 늙고 썩은 군상들 당깨려면 다 나가라 ! 통진당이 죽었지만 우리는 정의당도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