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장세주'회장, 비자금중 일부 라스베가스 도박자금 사용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횡령한 회삿돈 수백억원 중 200만~300만달러(약 11억680만~22억1360만원)를 미국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장 회장이 미 법인을 이용해 빼돌린 비자금 수백억원 중 200만~300만달러를 도박 자금으로 쓴 정황을 잡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장 회장이 미 라스베이거스 초특급 카지노호텔로 알려진 벨라지오(Bellagio), 윈 라스베이거스(Wynn Las Vegas) 등을 자주 드나들며 해외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과 횡령 금액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동국제강 법인 및 계열사, 해외법인 계좌는 물론 장 회장 일가의 계좌에 대해서도 추적중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미 당국과 공조 수사에도 이미 착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 회장이 미국내 도박장 여러 곳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여 총 5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장 회장이 횡령한 회삿돈으로 도박자금뿐만 아니라 현지 지인들에게 명품 등 고가의 선물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장 회장의 경우 동국제강 미 현지 법인이나 장 회장과 자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는 동국제강 본사 사옥 건물관리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후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후 이득의 귀속처는 거의 대부분 장 회장 일가라고 봐야 한다"며 "-미 법인 계좌에 자금이 꽂힌 것만으로도 횡령으로 볼 수 있고, 압수수색 영장에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이 적시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현재 제기되고 있는 장 회장 일가의 모든 의혹이 검찰의 수사대상인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일본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고철 등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거래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과다계상한 대금의 차액을 미 법인으로 보낸 다음 일부를 손실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동국제강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정에서 실적을 부풀리거나 거래 대금을 허위로 계상, 회삿돈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IT계열사인 디케이유엔씨는 지난해 상반기 그룹 내부거래로 75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 회장과 자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는 동국제강 본사 사옥 건물관리 등을 통해 매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당진제철소 건설비를 과다계상한 의혹, 부산에서 진행한 사업 과정에서 홍콩법인에 보낸 거액의 회사자금의 용처를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동이 특이해서 긴급체포한 사람이 두어명 된다"며 "아직은 조사중이지만 특이 사항이 없으면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회계장부, 세무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이번 주부터 회사 구매·계약 실무자, 재무·회계 담당자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장 회장을 소환해 횡령, 국외재산도피, 외화밀반출, 역외 탈세 등 장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