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가만 남은 ‘김영란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각종 위헌 논란 속에서도 국회 통과 3주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조차 공무원을 넘어 사인에게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한 이 법의 위헌소지를 지적하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처리해버린 셈이다. 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김영란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국회의원 시절 김영란법 반대론자였던 이 총리는 심의·의결 과정에서 일절 다른 견해를 피력하지 않았다. 그는 총리 후보자 시절 “여러분(언론인) 다 걸려 범법자 되도록 한번 해볼까”라고 말해 곤욕을 치른 뒤에도 “언론인 등에게 법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다.
이제 김영란법 시행 여부는 마지막 관문인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만 남겨두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줄곧 국회에 이 법 통과를 요청했고, 법 통과 직후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 이후엔 총리와 국무위원 부서, 공포(관보 게재) 절차를 거친다. 통상 2∼3일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6일이나 27일쯤 공포될 전망이다. 법이 공포되면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 시행된다. 그러나 이 법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의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된 상태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최종 운명은 헌재 결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을 공직자와 똑같은 신분으로 본 부분이다. 이들도 직무관련성·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토록 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개인을 공복(公僕)과 동일시한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는다. 모호한 부정청탁 개념, ‘연좌제 금지’와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 언론자유 침해 등 각종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상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미 재판관 3명으로 지정재판부를 구성해 본안 심리에 앞서 30일간 청구 적법 여부를 심사 중이다. 만약 이 단계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김영란법은 아예 위헌심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지정재판부의 고민은 법률이 공포되기 전 헌법소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직 발효되지 않은 법률의 헌법 침해 여부를 가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법이 지닌 위헌 요소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크고, 실제로 헌법에 배치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전심의를 통과하면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원안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입법이 이렇게 가벼워서야,,,,정치가 이렇게 가볍고 눈치만 봐서야,,,,도무지 중한 책임이 없는 정치를 국회도 행정부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