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 출범초기 금감원 고위층, 경남기업 900억 특혜대출 지시
"현정권 출범 초기에 경남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시중은행 3곳에 “경남기업에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라”고 지시했고, 그 직후 약 900억원의 대출이 성사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윗선의 뜻’까지 거론하며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이 신문은 보도했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13년 4월쯤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인 K씨는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포함, 채권단 소속 3개 은행의 대출담당 임원을 서울 여의도 금감원으로 불러 “높은 분의 뜻이니 경남기업에 (추가로) 대출을 해 주라”고 말했다. 당시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등 건설업계에 부도 위기감이 커지던 때였다. 경남기업은 이미 1999년과 2009년 워크아웃이 진행된데다 2012년에는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위기기업’ 중 한 곳으로 분류됐었다.
해당 은행들은 당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은행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요청을 거부하긴 어려웠고, 결국 경남기업은 같은 해 4~5월 이들 은행 3곳에서 9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출받는 데 성공했다. 경남기업의 201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1분기(3월 말 기준) 2,722억원에서 2분기(6월 말 기준) 3,616억원으로 증가, 총 894억원이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3년 4~6월 신한은행 등 3곳이 공동 지원한 액수는 700억원대라고 알고 있다. 다만, 각 지점별로 개별 대출이 발생했을 수도 있는 만큼, 사업보고서의 내용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출이 이뤄진 배경에는 “K씨가 언급한 ‘높은 분의 뜻’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성완종(64) 경남기업 회장은 당시 금융권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현역 의원이었다. 성 회장이 직접 금감원 등에 ‘대출을 도와달라’고 청탁했는지, 아니면 다른 정관계 인사들이 동원됐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특혜성 대출 이후에도 경남기업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2013년 11월 3차 워크아웃 개시 결정과 함께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을 다시 긴급수혈 받았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4월 대출과 11월 대출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K씨의 외압성 발언이 워크아웃 개시 때에도 효과를 발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감사원 등 2,3개 사정기관도 확인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올해 2월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살펴봤으나, 은행 관계자들은 “K씨를 만난 것은 맞지만, 압력을 받은 게 아니라 협의를 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가 K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이 회사가 금융권에서 각종 명목으로 자금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나 금품 로비 등이 없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