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자신이 이사였는데 도대체 무슨말? (포스코 수사)
'적자 中企 성진지오텍'-2008년 대통령 南美순방 동행
포스코가 2010년 3월 인수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이 산업은행과 특혜성 거래를 하고,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이 회사 전정도(56) 회장이 포스코에 회사를 매각하기 직전 사기 대출까지 받아 비자금 170여억원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포스코와 성진지오텍을 둘러싼 의혹이 늘어나고 있다. 성진지오텍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09년 200억원을 주고 성진지오텍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445만주를 매입했다.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특정 가격에 그 회사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 BW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과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 6일 전인 2010년 3월 11일 전 회장에게 229억원을 받고 445만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팔았다. 1주당 9620원꼴이었다.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전 회장에게 넘기지 않고 나중에 주식으로 바꿨거나 포스코에 팔았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전 회장에게 그 기회를 넘겨줬다. 포스코가 전 회장의 성진지오텍 지분을 주당 1만6000원대에, 미래에셋이 보유한 성진지오텍 주식을 1만1000원대에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산업은행은 아주 싼 값에 신주인수권을 전 회장에게 매각한 것이다. 성진지오텍이 포스코에 인수되면서 주가는 한때 2만원을 넘기도 했다.
신주인수권을 매입한 전 회장은 그 소유자를 유영금속으로 변경하고 같은 해 9월 주식으로 바꿨다. 6개월 전 자신의 지분을 포스코에 팔았던 전 회장은 신주인수권 덕분에 이후에도 성진지오텍 대주주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성진지오텍은 주로 대기업 총수가 동행하는 대통령 순방길에도 함께했다.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길에는 최태원 SK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 사절단으로 구성됐는데, 성진지오텍에도 파격적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성진지오텍 측에서는 전 회장 대신 신모 사장이 대통령 경제 사절단에 합류했다. 2008년 성진지오텍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손실을 입는 등 1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돼 이런 적자 기업이 어떻게 경제 사절단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순방 시점이 정권 초기였기 때문에 성진지오텍이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인식을 갖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2011년 사기 대출과 횡령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성진지오텍을 이용해 부(富)를 축적했다. 성진지오텍 대표에서 물러난 뒤인 2012년 보유하고 있던 성진지오텍 지분을 담보로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사명(社名)을 세화MP로 변경한 유영금속에 집중 투자한 것이다. 세화MP의 2013년 매출액은 600여억원으로 현재 전 회장과 부인이 세화MP의 지분 97%를 갖고 있다. 기업비리 전문의 한 변호사는 "성진지오텍이 포스코 비리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0일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장 출신 박모 상무를 피의자 신분(횡령 혐의)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베트남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정준양(67) 포스코 전 회장이나 정동화(64)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박원순에 포스코 불똥튀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로 당시 사외 이사였던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문제가 된 부실 기업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는 물론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정준양 전 회장 선임 때도 찬성표를 던져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6년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연봉총액 3억8000만원, 스톡옵션 3억원 등 총 7억원 가까이를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스코가 부실 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지난 2010년 4월,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인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던 정준양 전 회장 선임 때도 찬성표를 행사했다.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6년 동안 포스코 계열사는 43개가 늘어났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최고경영자를 검증할 자리에서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사외이사 연봉으로만 모두 3억 8천 만원을 받고 스톡옵션을 행사해 3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 의원과 함께 정준양 전 회장 선임 직전에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감시 감독하는 역할이 충분히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외이사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 의원 측은 당시 경영진이 이사회에 인수 가치와 실사 내용을 허위로 보고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성진지오텍 이사회 보고서 고의 누락 있었다“
한편, 포스코가 지난 2010년 부실기업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이 “당시 회계법인, 법무법인, 증권사에서 작성한 조사분석보고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당시 사측에서 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누락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안 의원측 한 관계자는 이날 “안 의원이 지난 주말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 이사회에 제출됐던 자료를 검토한 뒤, 오늘 내부 회의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당시 회계법인 1곳, 법무법인 1곳, 증권사 1곳에서 작성해 이사회에서 검토한 조사분석보고서를 다시 점검했는데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그러나 “회사측에서 주식 매수 관련 자료 등을 누락시켰는데 고의적인 것으로 보이며 보고서 일부가 허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상당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점검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번 주중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은 없는 것 같지만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소재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주어진 자료를 참고해 궁금한 점을 질의하고 결정하는 일도 거쳤고 절차상 하자 없이 이사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2010년 4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 땐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
안 의원은 6년간 사외이사를 하면서 8억여 원을 받았는데 경영감시자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론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당시 1592억원을 주고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현재까지 4회에 걸쳐 4900억원을 지원했고2013년에는 우량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액이 605억원에 달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놓여있다. 이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안철수 의원 자신이 포스코 사외이사 였는데 도대체 무슨말을 하느냐?”는 반응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