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해법, 청와대,야당 논란
“경제”는 논리가 아니고 원리다.
청와대와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소득 주도 성장론'을 놓고 충돌했다. 청와대는 이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추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의 시행 방안을 놓고 "인위적인 가계 소득 증대는 국민의 세 부담 증가와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제고가 소비확대와 기업투자로 이어지는 '일자리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 정부가 대기업 밀어주기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 했지만, 체감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며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이 해법"이라고 했다. 전날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실패" "총체적 위기" 등으로 규정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질까지 요구했다. '소득 증대'란 동일한 목표를 놓고 서로 다른 방법론으로 신경전을 이어간 것이다.
여야 원론은 같지만 전개과정, 해법은 달라-김무성 “文의 성장론, 과도한 재정 지출 불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주장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과 관련해 “과도한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문 대표의 방향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성장이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경제가 살려면 근로자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쓰는 돈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증대 공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에서 '고용률 제고→소비·투자 확대→가계 소득 증대'란 공식을 공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임금 상승→가계 소득 증대→소비·투자 확대'의 성장 공식을 밝혔다. 청와대는 '고용률'을, 문 대표는 '임금 상승'을 출발점으로 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고용률을 국정의 중심 지표로 놓겠다"며 고용률 70%란 목표치를 제시했다. 일하는 사람을 늘려 가계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청년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일자리 수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 대표는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임금 상승'을 내걸었다. 인위적으로라도 근로자의 임금과 가처분 소득을 끌어올려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재원은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로 마련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을 근로자 월평균 임금(295만원)의 절반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럴 경우 현재 시급 558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8000원 안팎으로 올려야 한다.
양측의 출발점도 다르지만, 전개 과정도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고용률 제고에 이어, 소비·투자 확대가 일어나야 가계소득 증대가 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예산안에 대해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이 성장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재정운용의 목표를 투자 활성화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반면 문 대표는 임금 인상으로 인한 가계 소득 증대가 소비와 투자의 여력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기업이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돈이 돌게 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세금을 걷고, 그 돈으로 가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정치권이 만병통치약처럼 임금이 올라가면 성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며 "생산성과 동떨어진 소득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전통적 성장 이론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 주도 성장'이란 새로운 모델을 시험해 볼 수도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어떤 성장 모델이 옳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바보들이여! 경제는“원리”지 정치논리가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경제에 미칠 파장은?
한편, 미국의 FOMC(미국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가 19일 새벽 발표한 성명에서 ‘인내심’이란 문구를 삭제함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의 길을 열었다. 금리인상 시점과 속도는 서두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2006년 이후 9년만에 처음 맞게 될 금리인상이 미칠 파장을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 우리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FOMC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커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미국의 금리 움직임, 신흥국 등 국제시장 동향, 우리 시장의 반응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파장이 크지는 않다
당국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경제 요소들중 외환의 ‘건전성’과 ‘보유액’, ‘방어막’이 양호하고 경제의 기초체력도 견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3대지표인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중이 모두 매우 양호한 편이다. 경상수지는 GDP의 7%를 넘는 흑자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3,600억달러로 세계 7위, 단기외채비율도 27.1%로 낮다.
최근의 달러 강세 속에서도 해외자본 유입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자산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올 들어 EU 등 20여 개국이 금리를 내린 점도 달러강세에 따른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글로벌 취약 신흥국 충격이 문제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과의 금리차도 역대 최소로 좁혀져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자본의 유입요인은 줄고, 유출 요인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당국도 금리 변화에 민감한 채권시장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채권에 투자한 외북자본이 일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인 미국의 10년만기 장기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승할 경우 적지 않은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한 해외자본은 9백억 달러로 전체 채권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한 외국자본은 3천8백억 달러로 전체 주가 총액의 32%에 이른다. 채권보다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만약 외국자본이 이탈한다면 충격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신흥국들의 충격이 우리나라로 전이돼 수출과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 상황과 세계경제 흐름으로 볼 때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취약한 신흥국들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전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수출 불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달러를 견디지 못해 일부 신흥국들이 지급불능 등의 사태에 빠질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인가?
과거의 예로 볼 때 미국의 금리인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강달러에 적응해야 하고, 특히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가계부채문제와 맞물려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