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봄날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17일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흥우산업 등 포스코건설 협력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부산 중구 소재 흥우산업에 수사팀을 보내 베트남 사업 관련 포스코건설과 흥우산업 간 맺은 계약서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흥우산업 등 협력사 3곳이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6일 베트남 법인 임원 2명과 포스코건설 감사실장, 부장 등 모두 4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 신분은 참고인이지만 상황에 따라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아직 피의자로 입건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은 베트남 사업 관련해 우선적으로 수사하고 다른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의 국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사업장 비리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 사건 검찰 소환대상은 포스코건설에만 국한돼 있다. 포스코건설은 흥우산업 베트남 법인인 흥우비나와 하청계약을 맺는 등 베트남에서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과 국내 계약도 다수 체결했다. 흥우산업은 포스코건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새만금 방수제 동진4공구 건설공사, 광양 LNG 터미널 선회장 준설공사 등 2009년 이후 공사 24건을 맡아왔다. 포스코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2009~2012년 부산항 국제 여객 및 해경부두 축조공사, 낙동강 살리기 사업 30공구 준설 공사 등 21건을 하청 받아 진행했다.
포스코, 비자금 내부 묵살 의혹 불거져
한편, 검찰수사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백억대 베트남 비자금 조성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체 감사 뒤 사법기관에 고발할 사안이라고 보고가 있었지만 고위 임원이 묵살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은 자체 감사에서, 베트남 고속도로 사업을 진행하며 100억 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파악했다. 실무자를 베트남까지 파견해 진상을 파악한 감사팀은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결재권자인 담당 고위 임원은 보고서에 결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어제 소환한 김 모 감사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사의 진술이 사실이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가 일어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그룹 최고위층에서 비리임원을 사법당국에 고소고발하지 못하도록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고, 관련 정황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현재, 포스코건설의 당시 베트남 법인 책임자를 불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로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과 관련된 흥우산업 계열사 3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었다.
검찰의 칼, 동국제강 탈세의혹 향해
검찰의 칼끝은 또 동국제강 그룹 장세주 회장 일가의 경영 비리와 탈세 의혹을 향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3년 효성 그룹 수사 이후 2년만에 처음이다. 검찰의 칼은 재계 서열 30위권인 동국제강그룹으로 향했는데 장세주 회장 일가의 횡령과 탈세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IT계열사인 디케이유엔씨는 지난해 상반기 그룹 내부거래로만 7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디케이유엔씨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또 장세주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업체 페럼인프라는 동국제강 을지로 본사 건물 관리 등을 통해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이 계열사 실적을 부풀려 고액 배당을 받거나, 용역 거래 대금을 허위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일본과 러시아 등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수입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수백억 원대 수입 대금이 조세 피난처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 등 장세주 회장 일가의 비리 관련 정보를 다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동부, 동아원도 수사, 신세계, SK도 수사대상
더하여,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부패 척결을 향한 검찰의 칼바람이 재계에 불어 닥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 발본색원’을 강조하고,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비리 뿌리를 찾아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검찰이 발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이 총리 발언 다음날 검찰은 포스코건설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17일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3곳을 압수수색하면서 포스코 비자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냈다.
동부 그룹도 검찰 칼날 위에 섰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김준기 동부 그룹 회장의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 받은 자료를 토대로 김 회장이 빼돌린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한 사건 등을 주로 수사하는 공조부가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금융조세조사1,2부가 남부지검으로 이관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 남은 사건이어서 공조부가 수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중점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도 전두환 전 대통령 사돈 기업인 동아원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금조1부는 동아원 주가 조작에 관여한 브로커 김모씨를 적발해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총장도 재계 수사 지원에 나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 후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검찰의 요청권에 곧바로 응했다. 공정위는 새만금방수제 관련 담합으로 적발돼 과징금 22억원을 부과 받은 SK건설을 지난 12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공조부에 배당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다음 수상 대상이 어디가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재계에 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전언에 의하면 신세계, SK도 수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자원비리'경남기업,광물자원공사 압수수색
검찰이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8일 자원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 등을 전격 압수색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자원개발 관련 고발사건을 형사6부와 조사1부에서 특수1부로 모두 재배당한 후 강제수사에 돌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경남기업 본사 및 성완종 회장 등 주요 임직원 자택에 수사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내부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한국광물자원공사, 친이계로 분류되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사장의 자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 대주주이자 새누리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된다. 제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역임했다. 검찰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경남기업의 암바토비 사업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 116억여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다시 삼성물산과 현대컨소시엄에 저가로 지분을 팔아 총 932억원의 손실을 끼친 의혹에 대해 수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바토비 니켈광산 프로젝트는 광물공사가 2006년 10월 국내 7개 기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1조9000억원(전체 사업지분의 27.5%) 상당을 투자한 사업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경남기업이 자금난 악화로 투자비를 조달하지 못하자 납부 의무기간을 연장해주고 대금 대납 등의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은 결국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2010년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서 철수했다.
계약상으로는 지분가치의 25%만 받고 지분을 반납해야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2010년 3월 경남기업 지분가치의 100%를 지불하고 지분을 인수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경남기업과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사업 투자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광물공사 사장과 성 회장이 MB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친분을 쌓고 성 회장의 부탁으로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