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사드(안보)·AIIB(경제)외교전
미·중 외교 당국의 한반도 담당 차관보가 15·16일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이들이 같은 시기에 서울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가입 문제 등을 놓고 미·중이 서울에서 외교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은 그동안 이 이슈들을 놓고 첨예한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15일 밤 방한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면담하고 조태용 1차관을 예방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사드, AIIB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류 부장조리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기류를 한국에 전달하라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2일 영국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AIIB 가입을 결정한 데 이어, 다음날 호주까지 AIIB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여세를 몰아 류젠차오 방한 기간에 한국의 가입 약속을 받아두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중국은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이달 말까지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못 박은 상태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오후 방한한다. 공식적인 방한 목적은 지난 5일 종북 인사로부터 흉기 테러를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위문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러셀 차관보의 방한 일정은 테러 이후 급하게 잡혔고, 서울에 오자마자 리퍼트 대사부터 찾아간다"고 했다. 통상 한·중·일을 묶어 출장을 다니는 러셀 차관보지만 이번엔 서울에만 1박 2일 머물고 돌아간다. 그는 17일 조 차관과 이 차관보를 만난다.
외교가에선 "류 부장조리가 사드와 AIIB 문제에 대해 한국을 강하게 흔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러셀 차관보가 침묵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셀 차관보는 AIIB 가입 문제에 대해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의 경우, 지난 12일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 원주 왜관 등에 대한 배치 후보지 조사 사실을 공개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한·미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군 소식통은 15일 "사드 체계는 미군 대형 수송기로 수송할 수 있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긴급 배치되는 증원 전력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류 부장조리는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힐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전직 관리는 "북핵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없고, 한·중 간 경제적 협력 사안인 AIIB 가입에 대해 미국이 뭐라 할 처지도 아니다"라며 "사드와 AIIB는 국익 극대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미·중의 힘겨루기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