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왜 매국(賣國)행위인가?
<기자수첩>
방위사업 합동수사단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비리와 관련해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체포한 데 이어 임직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도 이어지고 있다. 방위사업 비리를 막자며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는 등 이후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방산비리가 곧 드러날 전망이다.
방산비리는 단순한 국가 예산의 손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방산비리 그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제 구실을 못한 통영함 비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이번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 수사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EWTS 비리--북한 지대공 미사일 위협에 무방비
EWTS는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적지에 들어갔을 때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 가정, 훈련을 하는 장비다. 북한은 휴전선을 따라 지상에서 우리 공군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 전력을 배치해 두고 있다. 우리공군은 가상 훈련 장비를 이용해 우리 전투기가 북한 미사일을 피하는 훈련을 해왔다. 따라서 EWTS에 북한 대공 전력의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EWTS에는 북한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중 SA-5와 SA-2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SA-3만 포함돼 있다. 북한 지대공 미사일의 80% 이상은 SA-5와 SA-2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 12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도 SA-5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 공군은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실전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비슷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 K-9 자주포 6문 가운데 3문이 불발탄과 전자회로의 이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통영함 비리, 세월호 참사에 한몫
우리해군의 통영함은 1600억원을 들여 건조한 인명구조용 전투함이다. 해상 사고에서 활약을 기대했던 함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 통영함은 무용지물이었다. 부품 작동불능으로 구조현장에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통영함 건조를 둘러싼 방산비리 수사가 시작됐다. 현재 시가 2억 원 정도에 불과한 부품을 해군이 41억원이라는 거액으로 구입하고 뇌물을 받는 등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12년 9월 통영함 진수식 당시 해군측은 통영함이 항공모함 예인은 물론이고 침몰하거나 좌초된 배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선전했다. 또 잠수부가 물밑 90미터까지 들어가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음파탐지기가 작전 성능을 만족하지 못하면서, 실전배치가 늦어졌고, 지금까지 2년 넘게 통영함은 거제도 조선소에 있다.
개인장비 비리는 병사생명 직접 위협한다.
방산비리는 전차·헬기·전투기 등 무기체계 전반에 걸쳐 있다. 더 나아가 병사들이 사용하는 피복·식재료에까지 뻗어 있다. 개인장비에서의 비리는 유사시 병사 개인의 생명을 직접 위협한다. 단지 실전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그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2013년 국회 국방위 소속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10년이 지난 군 방독면 가운데 74%는 가스가 누출돼 품질검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사시 출동한 병사의 74%는 화학무기에 희생당한다는 이야기다. 적의 총탄을 막는 방탄복은 불량이었고 불량 전투화는 사진에서 보는 바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군의 전투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방산비리, 한마디로 매국(賣國)행위다. 국민들은 “방산비리를 저지르는 자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중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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