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前포스코 회장 출국금지, 방산비리-MB 청와대안보특보-전직4성장군 연루
정준양 前포스코 회장 출국금지
포스코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 궤도에 올랐다. 15일 사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최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임원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을 밝힐 핵심 관계자로 정 전회장을 주목한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포스코P&S의 탈세, 포스코플랜텍의 성진지오택 고가 인수 의혹 등이 모두 정 전회장이 재임하던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준양 전포스코 회장
포스코건설은 2009년~2012년 베트남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이 2013년 포스코에 3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뒤 역외 탈세한 혐의로 포스코P&S를 고발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아울러 정 전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불어난 포스코 계열사 41개 중 18개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도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수사에 따라 정 전회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정 전회장을 소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지난 정권 인사들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회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고, 그가 회장으로 오를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MB정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MB정권 시절 포스코에 무슨 일이?
포스코건설 임원의 비자금 조성 정황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포스코 그룹 전반을 향한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명박(MB)정부 시절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를 통해 계열사 수를 크게 늘렸으나, 그에 따른 부실화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큰 손실을 봤다. 검찰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경영진의 배임·횡령 행위가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판단 아래 포스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잇따른 부실기업 인수, 누가·왜 지시했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지난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포스코의 무리한 사업 영역 확대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전형적인 사례는 2005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포스코엠텍이다. 애초 철강포장 전문업체로 출발한 포스코엠텍은 MB정부 시절 갑자기 철강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포스코엠텍은 2011∼2012년 도시광산사업을 위해 약 180억원을 들여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나인디지트는 부채 비율이 493%에 달했고, 리코금속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검찰은 포스코엠텍이 재무 상태가 나쁜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포스코 최고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겉으론 사업 영역 확장을 내세웠지만, 실은 포스코 계열사가 부담을 떠안는 형태로 다른 부실기업들을 구제해줬다는 것이다. 이는 포스코가 2010년 플랜트 기자재 업체인 성진지오텍의 지분 40.4%를 인수해 2013년 7월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 합병 이후 포스코플랜텍은 사업 부진으로 자본이 잠식되는 등 부실이 심각해졌다.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 합병을 둘러싼 의혹은 이미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검찰은 포스코엠텍과 포스코플랜텍 두 사안 모두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정권때 몸집 불린 포스코… 현 정부 들어 구조조정 ‘몸살’
MB정부 시절 포스코의 이런 무분별한 확장 움직임 배후에는 정준양(67) 전 회장이 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선임되는 과정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부 실세들의 후원을 등에 업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수많은 기업 인수를 통해 계열사 수를 크게 늘렸다. 정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직접 주도한 인수합병만 30여건에 이른다. 2007년 당시 포스코 자회사 수는 20여개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70개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사업 확장 이후 경기침체와 철강 시황 악화 등으로 포스코의 실적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통했던 온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태까지 초래됐다. 결국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9개월쯤 지난 2013년 11월 정 전 회장은 물러났고, 권오준 현 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주도 아래 그동안 무리하게 늘린 계열사를 다시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이 9조원에서 6조원대로 3조원가량 급감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에게 배임죄를 적용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정 전 회장 체제에서 그룹의 의사결정과 재무를 담당한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뒤 정 전 회장의 지시와 관여 정도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기업 인수 과정에서 MB정부 실세들이 개입됐는지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포스코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의 단초가 된) 포스코건설의 횡령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광-방산비리, MB 청와대안보특보 전직4성장군 연루
한편,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구속에 이어 이 회장의 최측근도 어젯밤 늦게 구속됐다. 5백억원대의 방위산업 비리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2009년 공군의 전자전 훈련장비 수입을 중개하면서, 예산 5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당초 5백70억 원 규모였던 사업은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5백억 원이 증액됐지만 연구개발은 전혀 없었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
합수단은 이 회장이 부풀려진 5백억 원을 SK C&C와 일진하이테크 등 일광공영 계열사들에게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합수단은 사업비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이 회장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일광계열사 임원 조 모 씨를 어젯밤 늦게 구속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이 회장과 조 모 씨, 그리고 예비역 준장인 전 SK C&C 임원인 권 모 씨 등 모두 3명이다.
합수단은 일광공영 대표로 등재된 이 회장의 장남과, 일진하이테크 대표인 차남을 조만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지난 11일 이 회장이 장로로 있는 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이 회장이 교회에 거액을 헌금했다가 돌려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합수단은 방산업체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던 이모씨가 방산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세운 사단법인의 이사로 영입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육군 대장으로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까지 지냈던 이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군 관련 핵심 참모로 일했다. 이 회장이 전직 고위직 장성을 통해 군에 영향력을 미치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합수단이 수사할 예정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