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김영란법,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3일 김영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진 의원들은 ‘불고지죄 조항’과 ‘언론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고지죄는 범죄자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으로, 김영란법에서는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대부분 이 조항과 법 적용 대상에 민간 언론사까지 포함한 부분을 비판했다. 또 과도한 법 적용으로 음식점과 화훼농가, 택배업 등 서민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스포츠닷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반대 혹은 기권한 의원 21명 중 일부 의원들의 표결 이유를 조사했다. 김영란법에 반대한 의원은 권성동·김용남·김종훈·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4명이다. 기권한 의원은 김광림·김학용·문정림·박덕흠·서용교·이노근·이인제·이진복·이한성·정미경·최봉홍 새누리당 의원 11명과 김성곤·박주선·변재일·임수경·추미애·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6명 등 총 17명이다.
*‘불고지죄’, 독소조항 …형법에 어긋나
반대의원들은 '불고지죄'가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노근 의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배우자를 고발 혹은 신고해야 한다"며 "인륜에 어긋나는 패륜적인 조항"이라고 성토했다. 안홍준 의원은 "법안 수정 과정에서 가족의 범위를 부부로 한정했지만, 불고지죄가 성립된다"며 "가족을 지키려면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죄형법정주의와 범인은닉죄 같은 형법에 대치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상 기본 원칙이다. 범인은닉죄는 범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해 성립하는 범죄지만, 가족과 친족은 예외로 처벌하지 않는다. 정미경 의원은 "김영란법은 법률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죄형법정주의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노근 의원은 "김영란법은 허술한 점이 많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남 의원은 지난 3일 본회의 표결 전 반대 토론에 나서며 "범인은닉죄 정신과도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률 체계는 가족 간 일어난 일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을 규정한다"며 "앞으로 가족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배우자가 가족이 아니라고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민경제 위축· 언론자유 침해
서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김학용 의원은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너무 큰 법"이라며 "관례상 해 오던 접대나 경조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일일이 법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따져야 한다"며 "소비가 침체돼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언론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 기권했다고 전했다. 최민희 의원은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 발본색원 될 수 있다"며 "보도 과정에서 기자와 언론사를 압박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수경 의원은 "공영방송은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만 민간 언론사가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최 의원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밖에 김영란법 원안을 최초 발의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도 제기됐다. 서용교 의원은 "법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사법적 판단을 따져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를 권익위가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한성 의원은 "당초 과태료 부과 기관을 권익위가 하기로 했는데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와 법원이 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과태료 부과는 해당 기관이 하고 법원은 집행만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