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광속증가, 상반기 금리 '인하' vs '동결' 팽팽
가계빚 증가속도 소득보다 2배 빠르다
1000조원이 훌쩍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년간 가계빚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세보다 두 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은 2005년 당시 542조8714억원에서 지난해 1088조9814억원으로 546조1100억원(100.6%) 늘었다. 10년 새 꼭 2배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이미 2013년 말 당시 1021조3576억원을 기록하며 '가계빚 1000조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의 수입을 나타내는 가계수지(월)는 289만8000원에서 430만2000원으로 48.4% 느는 데 그쳤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득증가 속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을 감안하면 가계빚과 소득의 증가속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는 주택담보대출 영향이 컸다. 지난해만 해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11조9000억원, 15조4000억원 늘어나면서 전년 같은 기간의 1조1000억원, 2조3000억원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꺼내들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주택담보대출 증가, 곧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선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기업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단순히 총량을 갖고 가계부채 문제를 평가하면 안 되며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되고, 자산시장이 받쳐주면 가계부채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총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현 수준에선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우리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오는 24일 20조원 규모의 차환 프로그램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질적·양적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신용도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vs '동결' 팽팽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경제·금융전문가들이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상반기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인하와 동결 전망이 팽팽하게 맞섰다.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은 한은이 가계부채를 크게 우려하고 있고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금통위가 이에 역행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저물가가 이어지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올해 담뱃값이 인상된 영향을 제외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다.
8일 조선비즈(chosunbiz.com)가 국내 경제·금융 전문가 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10명(52.6%)은 올해 상반기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고, 나머지 9명(47.4%)은 상반기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들 일부가 경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실제로는 인하 의견이 보다 우세한 것으로 해석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 전망 “가계부채·美 금리 인상, 동결 전망 지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경제에 부담될 수 있고, 올해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한은이 상반기 금리를 인하해 주요국의 환율전쟁에 가담하기는 늦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리 동결 기조는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이 빠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경제 지표는 1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며 상반기 금리가 계속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금리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 중 일부는 “하반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고, 국제 유가가 반등할 경우 물가 상승률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동성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고,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며 “상반기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하반기에는 한 차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정상화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로 금통위가 하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했고,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올해는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내년 초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하 전망 “세계 환율전쟁 동참·경기 부진에 대응”
반면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물가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세계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만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저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면 금통위가 원화 절하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상반기 금리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4월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저성장·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진 부분이 4월 한은 수정경제전망에 반영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때 한은이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시중에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중 꾸준히 금리 인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2~3월 산업활동이 더 악화되면 2분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상반기 중 금리 동결을 전망한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반기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지만, 올해 성장률이 3.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금통위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