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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여론조사 제의' 과연 합당한 것인가?

posted Feb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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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여론조사 제의' 과연 합당한 것인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새누리당과 정부 측에 제안한 것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입법부의 고유 권한 행사와 정당의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는 만능으로 통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무시 못할 위력을 자랑한다. 후보자 공천, 후보 단일화, 당 대표 경선 등에서 여론조사는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는 여론조사를 통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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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도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의 우위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지적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인사 문제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의 근거 역시 30% 안팎으로 떨어진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그동안 여론조사가 강력한 정치 내비게이션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곧 민심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도 이 등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이 문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에 승복하라는 것이라고 논평한 것에서 드러난다. 결국 문 대표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전날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보고서를 수의 힘으로 단독 채택한 것에 여론조사, 즉 민심으로 역공을 펼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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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여론조사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을 처리할지 말지를 정하자고 했지만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한 언론에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면서 "이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액션 플랜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자고 하기에는 새 지도부 초기라 정치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우회적으로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이 후보자가 총리로 부적격하다'는 응답이 50% 이상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는 16일 본회의에 불참해도, 표결에 참여해도 사실상 이 후보자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이 길을 터줬다"는 비판을 걱정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후보자 인준 문제에 있어서 "원내 지도부가 할 일"이라며 말을 아껴온 문 대표가 우윤근 원내대표 등과 상의하지 않은 건 납득이 가질 않는 대목이다. 문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 회의 직전에 이 내용을 지도부에 알렸다고 한다. 주승용·전병헌 최고위원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도 "몰랐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메시지팀과도 논의하지 않고 김현미 비서실장 등 소수와만 상의한 아이디어로 안다"면서 "어제(12) 의원총회 때 당 정책위의장인 강기정 의원이 우 원내대표에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여론조사를 제안해보라'고 한 얘기를 옆에서 문 대표가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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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권은희 대변인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청문 절차를 마치고 표결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라면서 "총리를 여론조사로 심판하자는 것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한 의원은 "새누리당은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한 제안이라 더 우스워졌다" "국회 표결 현안에 여론조사를 들이밀면 국회의원은 왜 있느냐"고 했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한 당직자는 "아마추어리즘으로 보일 것"이라며 "안 의원이 대표 시절에 당 현안을 여론조사로 묻자고 할 때 가장 비웃었던 게 친노"라고 했다. 문 대표 쪽인 친노 관계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의 "당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충돌해 시끄러울 때 이를 진화하려고 여론조사 방법을 꺼낼 수는 있지만, 총리 인준 여부를 국민 여론조사로 묻자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 여론조사를 빌미로한 인민재판식 재단이 논란이 되자 새정치연합은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 회의 이후 비공개회의를 통해 "내 말 뜻은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참고하자는 것이었다"고 재차 설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취지이고, 그 방안의 하나로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된 기자들 질문에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야당이 이 후보자 인준에 합의했다는 얘기가 새누리당에서 나온다'고 하자 "왜곡하지 말라고 해라. 왜 자꾸 사실이 아닌 걸로 묻느냐. 그 양반(유승민 원내대표)이 그런 기조로 날 비판하는 거 아닌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언론이 화낸 것에 대해 항의하자 문 대표는 "그렇게(야당이 합의해줬다고) 말한 사람한테 화낸 거다. 나는 그런 행태가 싫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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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표가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주기도, 막아서기도 마뜩잖은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고육지책을 낸 것이라면서 과거 여론조사의 극적인 효과를 활용해 보겠다는 문 대표의 의도는 알겠지만 대표로서 이런 곡예 운전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 자료일 뿐 정치적 결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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