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다시마’ 농심 너구리, 오뚜기 오동통면 맛의 비결
“요것이 농심하고 오뚜기 라면에 꼭 필요한건데 아주 보람이 있제. 내손에서 만든 걸 모든 사람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자부심도 있고.”
2일 오후 3시 전남 완도군 금일읍 도장리의 한 다시마 건조장.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 전서운(61) 씨 등 10여명이 다시마를 걷고 있었다.
전씨는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말려진 다시마를 들어올리니까 힘들지만 아주 큰 보람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도 당목항에서 배로 20여분 걸려 들어가는 금일도는 본격적인 다시마 수확철을 맞아 모두들 분주한 모습들이다.
금일도 자체가 금일읍일 정도로 규모가 큰 이 섬은 국내 최대 다시마 생산지다.
주민 1300어가중 420어가가 다시마 생산에 종사한다. 국내 다시마 생산량의 60%를 차지해 ‘다시마의 섬’으로 불린다.
지난달에는 오뚜기 납품업체 관계자 5명이 현장을 찾았다. 건다시마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농심 구매팀도 찾아와 위탁판매를 하는 완도금일수협 직원들을 만나고 갔다.
이곳에서 채취한 다시마가 농심 너구리와 오뚜기 오동통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라면에 들어있는 3x5.5㎝ 크기에 두께 1㎜인 검푸른 다시마가 금일도에서 나온 제품이다. 0.8g으로 최상품만 사용한다.
농심은 매년 40억원 규모의 금일도 다시마 400t을 구매하고 있다. 너구리가 출시된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7년 누적 구매량은 1만 5000t에 달한다.
너구리는 얼큰한 우동국물이 특징으로 매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라면시장 대표 인기제품이다.
농심이 한 해 구매하는 다시마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로, 이 지역의 연간 건다시마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오뚜기는 농심보다 앞서 이 지역 다시마를 사용해왔다.
이들 관계자들은 “얼큰한 국물이 특징인 차별화된 해물우동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별도 가공 없이 천연 다시마를 그대로 넣어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인기 비결이 다시마에 있는 만큼 가격이 비싸더라도 최고 좋은 품질만 구입한다”고 말했다.
금일도는 일조량과 바람 등 다시마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 지층이 맥반석으로 깔려 있어 해조류 영양가가 높는 등 천혜의 장점이 있다.
지난 25일부터 수확을 시작해 다음달 말까지 채취한다.
어민들은 오전 3시쯤 20~30분 떨어진 양식장으로 가 바다속에 있는 다시마를 건져올린 후 오전 5시부터 건조장에 말린다.
다시마 한장 당 길이 1m 70㎝ 크기로 일일이 바닥에 펴서 말린다.
오후 3~4시 다시 손작업으로 걷어들인 후 창고에서 보관한다.
건조장은 보통 30x100m 규모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가 중요해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다.
그 위에 그물을 치고 다시마를 넌 후 다시 그물로 고정해서 말린다.
다시마를 바닥에 펼치고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 정성이 들어간다.
어민들은 2년에 한번씩 그물을 교체할 정도로 청결을 중요시하고 있다.
말리는 도중 소나기나 조금만한 비라도 맞으면 다시마는 노랗게 변하고 썩어져 모두 폐기처분한다.
한달 작업중 한두번은 이런 낭패를 겪고 있단다. 200~300만원을 그대로 날리는 셈이다.
지난 1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올해 첫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부터 다음달까지 위탁판매장인 금일수협 앞 도로는 새벽이면 온통 검은 빛으로 발디딜 틀 없이 북적인다.
검은 건다시마가 지천인 부둣가에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위판소리로 시끌벅적하기 때문이다.
서광재(60) 완도금일수협 조합장은 “다시마는 날이 더울수록 상품성이 좋지만 그만큼 어민들의 고생도 크다”며 “품질 좋은 다시마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지난해의 3000t 이상 생산·판매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서 조합장은 “농심과 오뚜기 두 회사들이 최고 품질을 인정하고 꾸준히 구매해 줘 어민들 소득이 안정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포츠닷컴 이기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