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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넘어 존중으로- ①말실수? 언어폭력!

posted Feb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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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인 구수진(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ㆍ30)씨가 발언하고 있다. 구씨는 회견에서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사우나에서 자신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생김새가 다른) 외국 사람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DB>
 

'실수'로 치부되는 조롱·멸시가 사회 불안 가중

 

<※ 편집자주 = 국내 거주자 100명 가운데 3명꼴로 외국인인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 이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차이'를 '차별'하는 행동도 여전합니다. 연합뉴스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민족·종교·지역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겨나는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보고자 <차별을 넘어 존중으로> 제하의 기획 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모르는 사람이 학교 밖에서 '외국인이냐?'라고 놀려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놀리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때 화가 나고 약간 짜증이 났다. 나도 사람인데…. 그런 상황이 다시 오면 그냥 무시할 것이다. 그냥 똑같은 한국인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를 심층면접한 자리에서 초등 6학년생이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어울리는 '문화공존'에 대한 한국인의 찬성 비율은 36%가량, 일반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51점 정도다.

 

여성가족부가 2011년 12월∼2012년 1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전국 19∼74세 국민 2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국제 비교지표상 유럽 18개국의 문화공존 찬성 비율이 74%가량인 점을 고려해 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그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차별적 언어이다.

 

일상생활에서 외모, 나이·성별·장애 등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이 상대방에게 불쾌감과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고, "외국인이냐", "어느 나라에서 왔냐" 등의 물음 또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나고 자란 A군은 친구들로부터 자신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에서 왔느냐"라거나 "아프리카에서 왔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 태어나 우리말만 배우고 자란 그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라는 물음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민감한 시기의 다문화 2세들에게 이런 경험은 정체성의 혼란을 넘어 아예 정체성을 빼앗는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말이 내 귀에 잘 들리는 것이 너무 싫다"고 말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도 있다는 것이다.

다름을 구분 짓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표현들은 또 있다.

 

피부색이 검다고 "얼굴이 까매서 잘 안 씻어도 되겠네"라고 놀리거나, 놀림의 차원을 벗어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적대시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일부에선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정책과 관련해 '다문화'라는 용어가 고정관념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차별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문화 이해 증진과 소수자 배려를 공부하는 수업 중에 국제결혼 가정 자녀로 지목돼 불편했다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하소연도 있다.

 

일본 이주민 또는 그 자녀들은 특히 한·일 역사 인식의 강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때 자주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 월드컵 때 누구를 응원할 거냐고 물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 위안부 등 불편한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나에게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물어본다."(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의 국제결혼가정 자녀 인터뷰 내용)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문화가족모니터링단이 제작한 소책자 '서로 다른 문화 이야기 이렇게 달라요Ⅱ'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해서 흔히 저지르는 말 실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신은 외국 사람이잖아요", "걔네 엄마 외국 사람이지?", "다문화가족이니까 지원 많이 받아서 좋겠네요"….

 

다문화가족모니터링단과 다누리기자단이 공개한 말 실수 사례 가운데는 "그 나라 덥지? 가난하지?"라는 말도 포함돼 있다. 특정 국가를 '살기 힘든 나라'로 폄하하는 말이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공부하러 온 동남아시아 유학생이나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이에게 "한국에 돈 벌러 온 거냐?"고 묻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흔히 실수로 치부되는 말들 가운데는 비야냥거림, 조롱, 멸시의 의도가 담긴 폭력적 언어가 적지 않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 이런 말들은 개인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사회적 불만 또는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차별적 언어나 문화 차이로 겪는 소외감, 갈등 등은 오랜 시간 치유되지 않으므로 나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인식 개선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무지개청소년센터 관계자는 다양성과 관련한 인식 개선 교육은 "이르면 유아기부터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교육생에게 동기가 부여된다"며 "일회성 정보 전달에 그쳐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17일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미디어도 다문화를 다룰 때 가급적 어렵고 못사는 모습을 보여주던 것에서 벗어나 성공적이고 긍정적 측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통합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js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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