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발간
- ‘19년 12월까지 2년간 성희롱 결정례 및 관련 통계자료 수록 -
[스포츠닷컴 신인숙 전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제9집)>을 발간했다.
최근 성희롱 진정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성희롱의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 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부터 성희롱 시정권고 사건에 대한 사례집을 발간했다. 이번 아홉 번째 발간하는 사례집이 성희롱 예방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9집>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umanrights.go.kr) →‘결정례’(메인화면 좌측하단) → ‘결정례집’
다음은 <주요 권고 사례>이다.
가. 적극적 반대의사 표시 없어도 성희롱 될 수 있어
진정인은 신문사 팀장인 상사로부터 카카오톡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성적 농담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고, 성적 발언 등으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인권위에 진정하였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대학 후배인 진정인과 사적인 부분까지 서로 이야기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술자리 게임의 연장선에서 성적 발언을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냈는데, 진정인이 직·간접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성적 언동이 포함된 문자메시지에 진정인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기보다 단순한 호응이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응대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보았고, 진정인의 호응이 있었거나 적극적 반대의사 표시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 피해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진정인이 오랜 기간 피진정인의 성적 언동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다는 진정인 지인들의 진술, 진정인의 진료기록 등을 종합하여 진정인이 직장에서는 외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지 못하고 그에 호응해야 하면서도, 내면으로는 성적 수치심을 감내해야 했던 이중적인 고통의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았다.
나. 성희롱 문제제기를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 안 돼
진정인은 〇〇대학교 비정년 계약직 교수이고, 피진정인은 같은 대학 부교수인데 연구실로 찾아오지 말라고 요청하였음에도 피진정인은 늦은 밤 진정인의 연구실을 찾아갔고, 점심식사 도중 식탁 밑으로 두 다리를 뻗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정인의 양쪽 발을 접촉하는 등 성희롱을 하였다. 이에 대해 진정인이 대학에 신고하여 피진정인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학은 진정인의 계약내용을 변경하여 과다한 업무를 추가하였고, 진정인이 여러차례 업무내용 수정을 요구하였으나 반영하지 않았으며, 결국 진정인은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인권위에 진정하였다.
인권위는 대학이 진정인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이 표면적으로는 ‘부여된 업무기준의 미이행’ 이유이나, 실질적으로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에 대하여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보았다. 진정인과 같은 시기에 유사업무를 하는 계약직 교원으로 채용되었던 경우와 진정인이 성희롱 문제제기한 이후 업무계약서 및 평가기준이 현저하게 달랐을 뿐만 아니라 변경된 업무계약서의 내용과 평가기준이 진정인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형적인 성희롱 문제제기를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에 해당한다.
다.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방지에까지 이르러야
진정인은 지방직공무원으로, 회식 후 귀가하려고 차 안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진정인이 갑자기 진정인의 차량에 승차한 후 진정인을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였다. 이후 진정인은 다른 직원들로부터 “피진정인과 진정인이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진정인이 바람나서 남편이 힘들어 한다더라”, “진정인의 남편이 성기능 장애로 진정인이 바람이 났다”는 등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진정인은 2차 피해를 막아달라고 인권위에 진정하였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동료직원 대부분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동료직원들은 위와 같은 소문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고,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아무도 밝히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가 ‘불륜’으로 둔갑하여 소위 ‘가십’거리로 취급되었고, 직원들은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가해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소문유포에 조금씩 일조한 것이다. 피해자 보호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 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소문 등으로 또 다른 피해, 즉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라. 노출복장 요구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어
피진정인은 어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으로, 소속 강사인 진정인에게 미니스커트,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하였다. 진정인은 이같은 요구는 수강생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것으로, 성희롱이라며 진정하였다. 피진정인은 여성 강사인 진정인과 참고인들에게 이 같은 복장을 요구한 것은 강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세심한 코치였을 뿐 그 어떤 성적인 의도나 함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강사의 업무수행 요건으로 미니스커트,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진정인이 요구한 복장은 여성의 특정한 신체 부위와 관련하여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또 피진정인으로부터 “남자애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짧은 치마를 입고 스툴의자에 앉으면 된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는 전 직원의 참고인 진술, 데스크 직원이자 강사 지망생에게도 미니스커트나 스키니진을 입도록 요구한 점, 진정인에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강의실 내의 높은 ‘바 의자’에 앉는 자세까지 봐준 점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은 진정인과 참고인들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근로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이 강사의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음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니스커트 등의 의상을 입고 과한 노출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성적 굴욕감을 느낄 뿐 아니라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근로환경으로서, 인권위법이 정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은 <진정사건 처리 및 처리 현황> 이다.
가. 접수현황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는 2005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부터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연간 200건을 넘었고, 2017년 이후부터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주요부서는 성차별시정팀이고, 피해자에 따라 아동청소년인권과, 군인권조사과,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서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연도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계 |
접수 건수 | 489 | 166 | 210 | 216 | 228 | 240 | 235 | 201 | 205 | 298 | 261 | 303 | 3,052 |
나. 처리현황
위원회 설립이후 2019. 12. 31.까지 처리한 성희롱 사건은 2,803건 이며, 이중에서 시정권고 243건, 합의 242건, 조정 33건, 조사중 해결이 193건으로 총 711건(25.3%)이 권리구제 되었다.
연도 | 인용 | (조사중해결)* | 기각 | 이송 | 조사 중지 | 각하 | 계 | ||
권고 | 합의종결 | 조정 | |||||||
~2004 | 1 | | | | | | | 3 | 4 |
2005 | 2 | 2 | | 7 | 4 | | 1 | 33 | 42 |
2006 | 11 | 14 | 7 | 19 | 6 | 3 | 1 | 56 | 98 |
2007 | 15 | 27 | 1 | 24 | 4 | 3 | 4 | 102 | 156 |
2008 | 20 | 13 | 1 | 23 | 6 | 5 | 2 | 94 | 141 |
2009 | 12 | 31 | | 18 | 18 | 1 | 4 | 106 | 172 |
2010 | 36 | 25 | | 11 | 18 | | 7 | 111 | 197 |
2011 | 15 | 31 | 1 | 10 | 29 | | 4 | 131 | 211 |
2012 | 17 | 15 | 2 | 7 | 27 | 1 | 12 | 156 | 230 |
2013 | 9 | 23 | 2 | 5 | 40 | | 7 | 164 | 245 |
2014 | 23 | 25 | | 17 | 37 | 1 | 9 | 141 | 236 |
2015 | 7 | 12 | | 8 | 33 | | 4 | 136 | 192 |
2016 | 21 | 4 | 4 | 9 | 21 | 2 | | 121 | 173 |
2017 | 20 | 4 | 10 | 9 | 37 | | | 166 | 237 |
2018 | 16 | 2 | 4 | 15 | 37 | 2 | | 158 | 219 |
2019 | 18(19) | 14 | 1 | 11 | 35 | 1 | | 180 | 250 |
총계 | 243 | 242 | 33 | (193) | 352 | 19 | 55 | 1,858 | 2,803 |
비율(%) | 8.7 | 8.6 | 1.2 | 6.8 | 12.5 | 0.7 | 2.0 | 66.3 | 100.0 |
권리구제합계 | 711건(25.3%) | | | | | | |||
※ 조사중해결은 기각 또는 각하 사건 중 조사 과정에서 권리구제가 된 사건으로 기각․각하 사건 수와 중첩됨. ※ 권고는 징계권고를 포함하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 반올림 값으로 총 합계가 100%가 안 될 수 있음. ※ 2019년 권고는 2개의 사건이 병합되어 처리된 경우가 포함되어 결정문은 총18건임. |
다. 권고사건의 당사자 관계와 직위
243건의 권고사건 당사자 관계를 살펴보면 직접고용 상하관계가 69.1%로 성희롱이 직장내 권력관계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분 | 고용관계 | 업무관계 | 그 밖의 관계 | 계 | |||||
직접고용 상하관계 | 직접고용 동료관계 | 간접고용 업무관계 | 업무거래 협력관계 | 교육 관계 | 시설/ 서비스 이용관계 | 공권력/ 강제수용 관계 | 기타 | ||
건수 | 168 | 17 | 12 | 5 | 24 | 6 | 1 | 10 | 243 |
비율(%) | 69.1 | 7.0 | 4.9 | 2.0 | 10.0 | 2.5 | 0.4 | 4.1 | 100.0 |
당사자 직위는 성희롱 행위자의 경우 대표자,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가 78.6%이고, 피해자는 평직원이 77%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 피진정인 | 대표자 | 고위 관리자 | 중간 관리자 | 평직원 | 고객 | 기타 | 계(%) |
대표자 | - | - | 3 | 55 | - | 10 | 68(28.0) |
고위관리자 | - | - | 5 | 14 | - | 6 | 25(10.3) |
중간관리자 | - | - | 1 | 93 | - | 4 | 98(40.3) |
평직원 | - | - | 1 | 23 | 1 | 14 | 39(16.0) |
기타 | - | - | - | 2 | - | 11 | 13(5.3) |
계 | - | - | 10 | 187 | 1 | 45 | 243 |
비율(%) | - | - | 4.1 | 77.0 | 0.4 | 18.5 | 100 |
마. 성희롱의 발생기관, 장소 및 양태
성희롱의 발생기관을 보면 기업, 단체 등 사적 부문이 64.2%를 차지하는 한편,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등 공적 부문도 36.8%에 달하여 성희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구분 | 공적영역 | 사적영역 | 계 | ||||||||
국가 기관 | 자치 단체 | 공공 기관 | 학교 | 기업체 | 단체 | 학원 | 의료 기관 | 요양 및 보호시설 | 기타 | ||
건수 | 10 | 18 | 23 | 36 | 109 | 19 | 10 | 11 | 5 | 2 | 243 |
비율 (%) | 4.1 | 7.4 | 9.5 | 14.8 | 44.9 | 7.8 | 4.1 | 4.5 | 2.1 | 0.8 | 100 |
87건(35.8%) | 156건(64.2%) |
발생 장소는 직장 내인 경우가 45.4%를 차지하고, 회식장소의 경우가 23.8%로 나타났다.
구분 | 사업장내 | 회식장소 | 교육장소 | 출장지 | 공공/ 상업시설 | 사석 | 기타 | 계 |
건수 | 124 | 65 | 18 | 15 | 1 | 15 | 35 | 273 |
비율(%) | 45.4 | 23.8 | 6.6 | 5.5 | 0.4 | 5.5 | 12.8 | 100 |
* 진정사건 1건당 발생장소가 다수인 경우가 있으므로 권고 사건인 243건보다 장소가 더 많음
바. 권고 사건의 성희롱 양상
신체접촉이 포함된 성희롱이 절반이 넘는 52.7%이고 언어적 성희롱은 42%로 신체접촉을 수반한 성희롱이 더 많았다.
구분 | 육체적 | 언어적 | 시각적 | 육체적+언어적 | 육체적+시각적 | 언어적+시각적 | 육체적+언어적+시각적 | 기타 | 계 |
건수 | 38 | 102 | - | 84 | 1 | 8 | 5 | 5 | 243 |
비율(%) | 15.6 | 42.0 | - | 34.5 | 0.5 | 3.2 | 2.1 | 2.1 | 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