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상영 방식 대세…파라마운트, 35㎜ 필름 배급 중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훈 특파원 = 카메라에서 필름이 사라진 데 이어 영화에서도 35㎜ 필름이 퇴출될 조짐이다.
120년 동안 영화는 35㎜ 필름에 담아서 은막에 영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 디지털 상영기에 자리를 넘겨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이다.
19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 제작·배급사 파라마운트는 35㎜ 필름 배급을 올해부터 중단한다.
이 회사는 아카데미상 여러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른 '월스트리트의 늑대'를 전량 디지털로만 배급하기로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극장 관계자가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이에 앞서 극장주들에게 지난달 배급한 '앵커맨2'가 마지막 35㎜ 필름 배급 영화가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미국에서 영화를 디지털로만 배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소품 다큐멘터리 등에 국한됐다.
존-크리스토퍼 호락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영화·TV 자료센터장 은 "영화 산업에서 일대 전기가 될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며 "곧 닥칠 일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의 35㎜ 필름 배급 중단은 다른 대형 제작·배급사에도 확산할 전망이다. 결국 올해 안에 35㎜ 필름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는 사라질지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0세기 폭스와 디즈니도 2011년 "2∼3년 이내에 35㎜ 필름 배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편지를 영화관 업주들에게 보낸 적이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35㎜ 필름 퇴출은 숙원 사업이다. 디지털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을 담은 35㎜ 필름 1본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2천 달러지만 디지털 방식이면 100달러짜리 하드디스크 하나면 끝이다.
배송비도 비교할 수 없이 싸다.
심지어 위성이나 인터넷을 통해 전송하면 아예 배달 과정도 생략이 가능하다.
35㎜ 필름이 퇴출되면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는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유명 필름 작업 업체 테크니컬러는 미국 할리우드 인근 작업장을 폐쇄했다. 360명의 직원이 일터를 잃었다.
미국 내 영화 스크린 4만여개 가운데 8%는 아직 디지털 상영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7만 달러나 드는 디지털 상영 시설을 갖출 여력이 없는 주로 시골 지역 영화관이다. 이들은 끝내 영화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라마운트는 35㎜ 필름 배급 중단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전통 방식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35㎜ 필름 퇴출에 앞장섰다는 소리를 듣기 꺼린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옛것'이나 '전통 방식'에 대한 향수와 디지털에 대한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파라마운트는 해외 시장, 특히 아직 디지털 시설이 부족한 중남미 지역에는 35㎜ 필름으로 배급은 계속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0 08: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