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 랜서(Lancer)’는 어떤 전략무기?
B-1B 랜서(Lancer)는 미국의 전략폭격기다. 이 폭격기는 현재도 함께 활약 중인 B-52 폭격기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 적의 방공망을 피해 초저공으로 침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올라 미 공군은 1969년에 개발을 승인받았을 정도로 개념 연구가 일찍부터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1970년 6월 SAC(Strategic Air Command: 전략공군사령부)가 록웰[Rockwell: 현 보잉(Boeing)]을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었다. 승무원 탈출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들 때문에 개발에 애를 먹었으나 1974년 4대의 시제기가 완성되었다.
이들 시제기가 B-1A로 1974년 12월 23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SAC는 1979년 일선 배치를 목표로 총240대를 획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룩다운 슛다운(look-down shoot-down)이 가능한 공산권의 초음속 전투기 MiG-25의 등장으로 저공비행도 안전한 침투 수단이 아니라는 회의가 들었다. 결론적으로 고고도나 저고도 비행 모두 소련의 경보망을 뚫기 어렵고 고속 비행도 소련 요격기가 대응할 수 있어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군사정보와 군사력에 멍청했던 카터 행정부는 비밀리에 스텔스 폭격기 개발 계획인 ATB(이후 B-2가 되었다)를 시작하면서 1977년 B-1A 양산을 취소했다. 대신 ALCM을 운용할 수 있도록 B-52를 개량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1981년 정권을 잡은 레이건 행정부는 B-52의 노후화가 심각하여 ATB 완료 전까지 전력 공백이 크다고 보아 ATB의 진행과 별개로 즉시 양산이 가능한 B-1 프로젝트를 부활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개발이 재재되어 1984년 초도 비행에 성공한 개량 모델이 B-1B다.
전작과 비교하여 형체가 대폭 보강되었고 연료탑재량이 20퍼센트 정도 증가되어 그만큼 항속거리가 늘어났다. B-1B는 최초 240기 생산을 고려했으나 1985년 소련 고르바초프 정권의 등장으로 냉전 대결 구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1988년 100기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종료되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소련과의 충돌 위험이 대폭 감소하자, 수적으로 B-1B를 미 전략 공군의 주력으로 삼으려던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결국 B-52의 퇴역이 보류되고 수명 연장 사업이 다시 실시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은 B-52, B-1, B-2를 함께 보유하여 운용하는 양태가 되었고, 2020년대까지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B-1B의 특징
B-1B는 주익의 앞전 후퇴각이 컴퓨터에 의해 15도에서 67.5도까지 변하는 가변익을 채택했다. 덕분에 고도와 상관없이 최적의 비행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이착륙 성능도 개선되었다. 공기흡입구가 가변형에서 고정형으로 변경되면서 최고속도가 마하 2에서 마하 1.25로 감소했지만, 대신 제작비용이 절감되었고 레이더 반사 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이 B-52의 20퍼센트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고속 비행을 위해 주익을 뒤로 젖힌 B-1B. 특유의 모습 때문에 죽음의 백조로 불린다.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방식을 채택하고 전방감시 레이더와 연동된 자동조종장치를 이용한 지형추적방식 덕분에 고도 60m의 저공침투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속도를 포기한 대신 레이더 반사율을 낮추고 저공비행으로 생존성을 높혔다. 애초부터 이미 개발된 기체를 이용하여 ATB 배치 전까지만 노후된 B-52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수에 AN/APQ-164 멀티 모드 수동 위상 배열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전자전 장비의 핵심은 DAS로 레이더 수신 및 대(對)레이더 방해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를 구성하는 AN/ALQ-161A는 무선 주파수 감시(RFS)와 전자전(ECM)을, AN/ASQ-184는 공격 임무를, AN/ALQ-161은 후방 경계 임무를 담당한다. 이들 시스템은 처음 채택 당시에는 신뢰성에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9년 성능 향상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B-1B의 공격력은 엄청나다. B-1B의 상징으로 폭장 능력이 B-52의 2배 가까이 된다. 회전식 발사대가 장착된 3개의 내부 창에 34,000kg 폭장이 가능하고 외부에 추가로 23,000kg의 각종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미군이 운용한 모든 작전기 중 최고다. 핵전쟁을 목표로 한 전략폭격기답게 B28, B61, B83 같은 다양한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또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AGM-69A SRAM, AGM-86A ALCM 같은 장거리 정밀 공격용 스탠드 오프 플랫폼을 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적진까지 침투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핵 공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후 재래식 폭격에 대한 역할이 더욱 커지면서 재래식 임무 향상 계획(CMUP, Conventional Mission Upgrade Program)도 실시되어 클러스터 폭탄(CBU), JDAM 같은 정밀유도무기의 사용도 가능하다. B-1은 START II 협정에 따라 현재 재래식 폭격기로서만 사용되고 있으며, 추후에 B-52가 퇴역하면 핵폭격기로 개조할 수 있도록 협정은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5년에 네트워크전을 치를 수 있도록 링크 16이 탑재되었고 2007년에는 스나이퍼 XR 타게팅 포드(sniper XR targeting pod)가 전방 폭탄창 외부 하드 포인트(hard point)에 장착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주력기로 사용하기 위해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B-1B가 전작과 크게 차이 나는 부분 중 하나가 유사시 승무원 탈출 시스템인데, 캡슐식이던 B-1A와 달리 개별 사출좌석을 이용한다. B-1B는 전략무기인 만큼 타국에 판매하지 않고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