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젠 늦었다"…대북 초강력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을 중대한 사안이라고 인식하면서도 극단적 발언은 삼갔으나,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작심한 듯 북한에 대한 초강경 경고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지 않고 도발을 계속하는 한 대화는 없고 더욱 강력한 제재만 있을 뿐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경색된 북미 관계는 트럼프 정부에서 한층 더 냉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very dangerous and very unacceptable)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나는 절대 '노'라고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그림상 매우 늦었다(very late). 우리는 그가 한 일(도발)에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단언했다.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한 대화는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나 있다",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쓴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1월2일 트위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2월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다.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다"(2월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등의 이전 발언과 비교해 한층 강경해지고 훨씬 구체화된 언급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의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정치, 외교적으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 "미쳤거나 천재 둘 중 하나", "김정일보다 더 불안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심지어 지난해 6월 조지아 주(州) 애틀랜타 대선 유세 과정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당시로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한 달 앞선 5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북 직접대화 가능성을 처음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대북관이 180도 바뀐 것은 지금과 같은 대북접근법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반도 정책을 주무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관, 여기에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그의 핵심 측근들은 취임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전 정보당국에 요청한 첫 기밀브리핑이 북한 핵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것도 북핵 위협에 대한 그의 인식이 대선 이후 많이 바뀌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이 합의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CVID) 비핵화 3원칙을 토대 아래에 한층 강력한 대북접근법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