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UN사무총장, 미,중,러 물밑경쟁 치열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치열한 물밑 대결을 펼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에서 결정되지만 유엔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불가리아 출신의 여성 후보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기구 전문가인 양쩌웨이(楊澤偉) 우한(武漢)대 교수는 “중국 당국은 (몰도바 외교장관 출신인) 나탈리아 게르만 후보보다 보코바 후보를 선호한다”면서 “동유럽 출신인 보코바 후보는 유네스코 수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왔으며, 중립성과 신뢰성을 보여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특정 국가 이익에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보코바는 미국·러시아와도 화기애애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코바는 1976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국제관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수학했다. 푸단(複旦)대 유엔연구센터 장구이훙 교수는 “유네스코는 보코바 사무총장 체제에서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중국은 친숙한 지도자와 협력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지역안배 순서상 이번은 동유럽 차례여서 중국은 보코바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동유럽 출신 총장을 원하고 있는 러시아도 중국의 보코바 카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동유럽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게 러시아의 우선순위”라고 밝힌 바 있다. 보코바는 젊은 시절 공산주의에 심취해 소련 공산당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러의 보코바 카드에 여성 후보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으로 맞서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4차 표결에서는 남성 후보들이 1∼4위를 차지했다. 1위에 오른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는 ‘권장’ 12표, ‘비권장’ 2표, ‘의견 없음’ 1표를 얻었다. 그 뒤를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과 부크 예레미치 전 세르비아 외교장관이 이었다.
보코바는 여성 후보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으나 전체 후보 가운데 5위에 그쳤다. 말코라 후보는 7위에 그쳤다. 구테헤스 후보는 안보리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을 지지한 인물이어서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15개국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유엔총회에 상정하지만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