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책골로 추락시작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추락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CNN·ORC의 공동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43% 지지율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52%)보다 9%포인트 뒤졌다.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잇따른 자책골이 트럼프의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발단은 파키스탄계 미국 무슬림으로 이라크전 도중 자살 폭탄 테러에 숨진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즈르 칸 변호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지지 연설에 나선 칸 변호사는 미국 헌법이 인쇄된 소책자를 꺼내들며 “트럼프, 당신은 (차별을 금지한) 헌법을 읽어보기라도 한 적이 있느냐”고 일갈했다.
트럼프는 칸 변호사의 아내가 남편의 연설 도중 발언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슬람의 여성 차별’ 문화를 암시하는 등 칸 변호사를 조롱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오른손에 작은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전날 성명에서는 “많은 무슬림 미국인이 우리 군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희생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쟁 영웅이자 2008년 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칸 변호사 부부를 향해서는 “미국으로 이민와줘서 고맙다”며 “미국은 당신들 덕분에 더 좋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칸 변호사는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선후보로서 고민과 철학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트럼프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고”며 “최고의 사과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그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역 군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칸 변호사가 연설에서 사용한 포켓용 헌법이 불티나게 팔리고 후마윤 칸 대위를 추모하기 위한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객도 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