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어 클래스'로 KBS 서울프라이즈 최우수상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한국이 성장하고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게 됐고 어르신들은 잊고 있던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꺼내보게 됐습니다."
하와이 한인 방송 KBFD TV의 정윤희(52·여) 사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류가 외국인뿐 아니라 해외에 사는 한인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KBFD TV는 1986년 개국해 한국의 SBS, KBS월드, 아리랑TV를 재송신하고 한인사회 뉴스, 자체 제작 프로그램 등을 방송하는 하와이 지상파 방송이다.
정 사장은 KBFD TV가 올해 하와이 이민 110주년을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어 클래스'가 12일 KBS 세계한국어방송인대회에서 시상하는 국제상인 '서울프라이즈' 최우수상에 뽑혀 방한했다.
'한어 클래스'는 이민 2∼4세인 70∼80대 할머니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국어 교실을 찾아 모국어를 배우는 모습을 담았다. 카메라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르던 한국 가곡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늦게나마
뿌리를 찾는 과정 좇는다.
"젊은 시절 변호사, 해군 장교였던 이른바 '인텔리' 할머니들인데 나이가 드실수록 엄마 생각이 많이 나신다고 해요. 모국이란 그런 것 아닐까요. 바쁠 때는 잊고 살 수도 있지만 돌아보면 그립고 가슴이 먹먹한 거요."
KBFD TV는 이전에도 한인사회의 구석구석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민 100주년이었던 2003년에는 이른바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 이주해 한 생을 살고 양로원에서 생활하던 양 할머니의 삶을 통해 하와이 한인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 '양할머니의 아라링'을 제작·방영해 호평을 받았다.
'사진 신부'란 먼저 하와이에 이민한 남편감의 사진만 보고 편지로 결혼을 약속한 뒤 남편을 만나러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여성 이민자를 일컫는다.
KBFD TV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정씨의 아버지 정계성 씨는 1976년부터 현지 방송 채널을 빌려 일주일에 2시간씩 한인사회 소식을 전하다가 86년 KBFD TV를 세웠다. 88년부터는 한국 TV 드라마에 영문 자막을 입혀 내보냈다.
"당시 한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고 한국 사람이 나쁜 짓 하면 신문기사에 '코리안'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서 이미지도 좋지 않았어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를 막고 2세, 3세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지를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워 "어느 나라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전화도 수차례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종이학'이 방영된 1998년 류시원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는 인기를 끌었다. 미주 한인사회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하와이에서 가장 먼저 한류가 태동한 셈이다.
정 사장은 "아버지가 처음 한국 드라마에 자막을 입힐 때 일본인이 운영하는 방송국에 가서 자막을 입히는 법을 배우며 설움도 많이 당하셨다고 들었다"면서 "어느새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한국 문화가 크게 사랑받게 돼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KBFD TV는 이달 내 방영을 목표로 다큐멘터리 '35개의 비빔밥'을 한창 제작 중이다. 35개 문화가 공존하는 하와이 사회의 모습을 통해 급작스러운 다문화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좋은 다문화 성공 사례를 제시하자는 취지다.
"다문화 문제는 해외에서 다문화 민족으로 살아온 한인이 이미 겪어온 문제이기도 해요. 한국인이자 미국인인 한인 이민자가 지닌 정체성 혼란은 모든 이민자가 겪는 숙제죠. 이제 한국도 이 숙제를 정책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해야 할 때인데 하와이의 사례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1 08:2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