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중재재판소 판결 후 남중국해 미·중 관계 ‘일촉즉발’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이하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중국 영유권 무력화 판결 후 두 강대국의 관계에 큰 후폭풍이 일고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카드까지 꺼내들며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중재재판소 판결을 반박하는 2만자 분량의 ‘중국-필리핀의 남해(남중국해) 갈등에 관한 대화해결 견지’ 백서를 내외신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방공식별구역은 중국의 종합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남중국해 인공섬 해역에 항공기나 군함을 투입하는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 봉쇄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미국은 국제법을 이익에 맞으면 이용하고 안 맞으면 버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남에게는 유엔해양법협약 준수를 촉구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가입조차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차이나데일리는 유엔 중재재판소 판결 당일 중국이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새로 조성한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민간 경비행기 1대가 난사군도 미스치프암초(메이지자오·美濟礁)와 수비암초(주비자오·渚碧礁)에 건설한 비행장 활주로를 활용했다. 미스치프암초에 비행기 활주로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이나 중재재판소 판결을 무시하고 앞으로도 인공섬, 활주로 건설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해군 남해함대는 전날 오전 하이난(海南)성의 한 군항에서 052D형 구축함 인촨(銀川)함 취역식을 거행했다. 인촨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 제작한 052D형 구축함이다. 중국 해군의 차세대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052D형 구축함은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와 상륙함 쿤룬산(昆崙山)함에 이어 중국군 최대 전함이다. 인촨함이 남해함대에 배치됨에 따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중국의 이지스함이 모두 네 척으로 늘어났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규모 해상훈련이 끝나자마자 육상훈련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재재판소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 항행’의 권리를 지켜나가되 당장 중국과 군사적인 충돌을 불사하는 강공책을 동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일단 중국이 일촉즉발의 대결 상황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데니스 블레어 전 태평양사령관 등의 언급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중재재판소 판결과 관련, 국제법에 부합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롭고 우호적인 방법으로 영유권 분쟁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중재재판소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대립 상황에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중재재판소 판결이 나온 당일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StainlessSteel Sheets and Strips)에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 생산자와 수출업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57.3%에서 193.12%까지 보조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