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지도자들, ‘트럼프’ 미 대통령될 경우 심각한 고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몰고 올 충격을 지구촌 지도자들이 심각하게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 강조는 물론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생겨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5일 "대단한 경쟁을 거쳐 본선에서 당을 이끌 후보로 나서는 어떤 사람이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낙점을 캐머런 총리가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캐머런 총리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 반대를 천명한 트럼프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측은 트럼프의 급부상을 "체제 순응주의에 대한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가 되면서 주판알을 튕기는 각국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독일은 최근 트럼프가 연설을 통해 밝힌 외교안보 구상에 주목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 주요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 대(對)중국 경제제재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을 내놓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한편으로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자'고 해놓고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역할 축소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는 동맹들과 마찰을 예고한 트럼프 노선이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키우려는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 자문위원인 호소야 유이치(細谷雄一) 게이오대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의 '정치지형학적 야심'에 이득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물러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가 성폭행범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주장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화하면 양국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시 트럼프가 성폭행범이란 오명을 뒤집어씌우며 장벽까지 쌓겠다고 공언한 대상국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구 반대한다. 멕시코 매체 '레포르마'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멕시코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3%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길 희망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에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 반군과 벌이는 평화협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부는 콜롬비아 평화협상을 지지하며 갈등이 사라진 후 지원을 약속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후원이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