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의 첫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한국과 러시아 업체가 유력한 사업자로 현지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집트 일간 알말(Al-Mal)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과도정부는 조만간 서북부 알다바(Al-Dabaa) 지역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의 국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집트 원자력 전문가도 세계 각국 원자력 업체로부터 최적의 제안을 받으려면 정부의 직접 발주보다는 국제 입찰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집트는 전체 전력 발전량의 약 88%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데다 만성적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보고 2010년부터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해 왔다. 알다바 지역은 원전 건설 부지로 이미 결정된 상태다.
이집트는 장기적으로 2025년까지 원전 4개를 신축하고 이 중 첫 원전을 2019년부터 가동한다는 내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011년 초 이집트 시민혁명 이후 정국이 불안정해지자 이 계획이 보류됐다가 지난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직후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가 이를 재추진하고 있다.
최근 토지 보상 문제로 원전 건설을 반대해 온 알다바 지역 주민을 설득해 부지 문제도 해결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이집트 정부는 막대한 예산 등으로 애초 의회의 심의·승인을 받고나서 원전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가 현재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원전 전문가는 말했다.
이집트 원자력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지 신규 원전 건설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한국과 러시아가 꼽히고 있다. 이 외에 프랑스와 캐나다, 중국, 일본 등도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원이자 원자력학과 교수인 유스리 아부 샤디는 "1년간 원자력 분야 업체들을 연구한 결과 원전 건설에 최고의 회사는 한국전력(KEPCO)과 러시아 국영 원자력업체 로사톰(Rosatom)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알말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두 회사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가장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일찌감치 이집트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지식경제부와 주이집트한국대사관, 한전 등은 지난해 7월 수도 카이로에서 공동으로 '한국-이집트 원전 워크숍'을 개최했고 2010년 9월에도 이집트 정부를 상대로 원자력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대한 원전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집트와 러시아 양국은 카이로에서 60km 떨어진 인샤스 지역에서 소형 실험용 원자로를 운영하며 원자력 에너지 분야 사업에서 협력해 왔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농축 우라늄을 공급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샤디 교수는 "이집트와 러시아가 원자력 분야에서 특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업체를 (개인적으로)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원전 건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막대한 건설비 자금 조달과 관련한 금융 조건이라며 아직 세부적인 조건이 나오지 않은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9 18: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