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다고 알려져 한국 오는 러시아 여성 늘었죠"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이 살기 좋다고 알려지면서 러시아 여성들의 결혼이주가 늘고 있어요. 그만큼 러시아학교 수요도 많아지겠지요?"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러시아문화센터 부설 러시아학교 예브게니아(37) 교감은 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은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으로 한국 오기가 편해지면서 한국에 오려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기존의 시설만으로는 러시아어 등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이렇게 기대했다.
한국에는 이미 주한러시아대사관 안에 있는 러시아학교와 민간이 학원 형식으로 운영하는 '러시아하우스' 등 두 개 러시아학교가 있지만 이미 러시아어권 이주민들의 교육 수요는 공급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첫 입학식을 치른 러시아학교는 매주 토요일 온종일 3∼6세 유아와 초등학교 1∼4학년 20명을 대상으로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학 및 문화, 영어, 물리와 수학, 음악과 미술, 춤, 체스 등을 가르치는 토요학교다.
오전과 저녁 수업은 35분씩 4교시로 똑같고, 점심시간 이후에 춤과 합창 및 체스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 정규학교에 다니면서 '엄마나라' 언어인 러시아어가 필요한 아이들로, 분당과 부천 등지에서 오는 아이들도 있다.
10년 전 결혼이주한 예브게니아 교감은 고향인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있을 때도 중학교에서 3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에 온 뒤에도 지난 5월까지 3년간 러시아하우스에서 초등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러다 러시아문화센터를 설립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고려인 김안나 씨의 강권(?)으로 러시아학교에 왔다.
그는 "러시아문화센터에 오면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아이가 좋아해 이곳에 학교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토요일에 이곳에 올 때 대개 엄마들이 둘째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 예정에 없던 유아반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러시아학교 교사는 시간강사를 포함해 총 10명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러시아대사관에 있는 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합창을 지도하는 음악교사는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예브게니아 교감은 "아직 학교 직제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로 교감을 맡고 있다"며 "학교 운영체계를 세우고 직제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러시아학교는 러시아문화센터가 승격된 것. 평일에는 문화센터, 주말에는 학교가 되는 셈이다.
문화센터가 들어 있는 건물 2층과 3층 및 옥탑방을 교실로 사용한다.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다 하바롭스크에 사업차 방문한 남편을 만났다는 그는 "한국에 온 뒤 한국어를 못해 고생한 것 빼고는 나쁜 기억은 없다"면서 한국에 호감을 드러냈다.
엄마가 집에서 러시아어만 쓴 덕분에 딸은 어릴 적부터 러시아어를 쉽게 익혔고 지금은 한국어도 잘하고 러시아어도 유창하게 한다.
한국에서 불편하거나 불쾌할 때는 없느냐는 말에 그는 뜻밖에 "젊은이들이 좀 매너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버스나 지하철 통로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도 비켜서지 않거나, 노인들이 앞에 서 있는데도 그냥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보다 못해 "여기 할머니 서 있어요. 일어나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김치를 물에 헹구거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었고 된장 냄새만 맡으면 숨을 멈춰야 했지만 지금은 김치도 된장도 다 '오케이'다.
그만큼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는데도 아직 '빨리빨리'가 잘 안되고, 집들이 너무 붙어 있어 답답한 것은 여전하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3 14: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