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는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것…전문성과 진정성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페루 도시 쿠스코에는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한글 간판을 단 건물이 하나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04년 원조사업의 일환으로 건립한 코라오 도자기 학교다.
페루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규모(누적 기준)가 가장 큰 나라다.
2000년 문을 연 KOICA 페루 사무소의 송창훈 소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남미 최대 지원국인 페루에는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공무원 초청연수와 개발경험 전수 등의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KOICA의 전신 한국해외개발공사 시절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해온 송 소장은 "ODA는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것"이라며 "우물 안 개구리식의 ODA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 전문성·진정성을 갖춰 ODA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소장과의 일문일답.
-- 페루 내 ODA 사업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 페루는 자원 개발에 힘입어 최근 3년간 7%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했으나 경제적 체질이 근본적으로 강화되지는 못했다. 중남미의 큰 개발 과제인 빈부 격차는 페루에도 가장 큰 숙제다. 인구의 26%가 빈곤인구다. 최근 10년간 빈곤인구 절반이 감소했고 향후 계속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도농 간의 빈부 격차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와 인권을 고려해 통합적 사회 인프라 구축과 자생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취약 지역 사회개발, 특히 교육과 빈곤층의 보건 향상에도 집중하고 있다.
-- 페루 내 다른 원조 공여국과 비교해 한국 ODA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 많은 개발도상국에서처럼 페루에서도 한국을 배우자는 열풍이 공직사회부터 민간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는 다른 공여국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강점이고 KOICA도 이런 점에 유의해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페루 핵심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한국 초청연수와 우리 개발 경험에 기초한 사회개발 프로젝트 등을 중점 추진 중이다. 올해 10월에는 페루 고위급 공무원 1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할 예정인데 참가자를 페루 대통령이 직접 선발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ODA는 진정성과 효과성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ODA의 차별성도 이러한 바탕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 부임 이후 특히 보람 있던 순간이 있다면.
▲ 페루에는 연평균 80여 명의 우리 봉사단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평화봉사단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우리 봉사단원이 페루에서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전 학년 컴퓨터 강의 교재를 제작해 1천 개 학교 6천여 명의 교사에게 배포했다. 페루 정부는 이 단원에게 훈장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 또 우리 단원이 지도하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가 페루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을 볼 때면 가슴이 뿌듯하다.
-- 국내의 판단과 현장의 현실이 달라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나.
▲ 어디나 항상 본부와 현장은 입장과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괴리가 있지만 이런 점을 극복하면서 성취해 나가는 게 현장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현장 목소리가 반드시 옳다고만은 볼 수는 없지만 현장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다고 판단한다. 또 현장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유엔기구 등 동료이자 경쟁자들과 함께 활동하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평가가 가능하다. 원조 분절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현장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를 바란다.
-- 국제개발협력 현장을 경험하려는 사람에게 당부할 점이 있다면.
▲ 개발협력은 그 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이해한 상태에서 가능하다. 자기만족을 위해 ODA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식의 방법과 시각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저개발과 빈곤 문제를 한정된 재원과 수단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현명한 판단력과 강력한 추진력이 바탕이 되려면 개발 전문가 이전에 지역 전문가가 돼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개발이 아니며 부족하니까 채워주는 것이 원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 우리나라의 ODA 정책에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ODA는 우리나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제사회가 함께 실시하는 것이다. 공여국은 공여국대로 수원국은 수원국대로 ODA 업무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있는 일정한 원칙과 방향을 존중해야 한다. ODA를 잘 추진하면 국격이 높아지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 ODA에 대한 자체평가도 필요하지만 국제사회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ODA와 소탐대실하는 ODA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더 전문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ODA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2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