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경연대회 참가한 벨기에 입양인 지애 디유氏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불고기, 갈비, 떡국, 비빔밥, 김치, 깍두기, 김치전, 숙주나물, 시금치나물, 양념 통닭, 만두, 떡볶이, 삼겹살…"
한국말은 많이 서투르지만 한국 음식은 열 손가락 넘게 꼽는 지애 디유(Jee Ae Dieu·34)씨는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인 입양인이다.
지난달 외교부가 주최한 외국인 대상 한식경연대회 '케이-푸드(K-FOOD) 월드 페스티벌' 결승전 참석차 방한했던 디유씨는 브뤼셀로 돌아간 뒤 최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디유씨가 벨기에로 입양된 것은 9살이던 1988년이었다.
그는 "1987년 여름 저랑 남동생은 기차였는지 지하철이었는지를 타고서 아버지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에 갔어요. 그것이 제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에요"라고 밝혔다.
그는 이름 석 자를 정확히 아는 아버지 강씨가 올해 69세이며 어머니는 자신이 5살 때쯤 세상을 떠났던 걸로 기억한다.
디유씨는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우리를 버릴 거라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며 "다만 아이 셋 딸린 홀아버지였던 아버지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강씨가 지애·지원 남매에 이어 하나 남은 딸 지선까지 모두 벨기에로 입양된 다음 벨기에로 찾아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우리를 보러 2차례나 왔지만 당시 지선이 18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만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벨기에에서는 입양아들이 성인인 18살이 되기 전까지는 친부모를 만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
- 한식경연대회 참가한 벨기에 입양인 지애 디유 씨
- (서울=연합뉴스) 외교부가 지난달 한국에서 주최한 외국인 대상 한식경연대회 '케이-푸드(K-FOOD) 페스티벌' 결승전에 참석한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지애 디유씨. 대회장에 걸린 스크린에 지애 디유 씨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2013.9.1 << 지애 듀씨 제공 >> photo@yna.co.kr
브뤼셀대 졸업 후 영어교사로 일하는 디유씨는 오랫동안 한국적 정체성을 거의 포기한 채 온전히 벨기에인으로만 살았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벨기에라는 두 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것이 지금의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9살 때까지 입에 익었던 한식에 대한 타고난 애정도 한국적 정체성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그는 "지난해 입양 이후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 그렇게 그리워하던 많은 한식을 먹을 수 있어 무척 행복했고 이번 '케이-푸드 월드 페스티벌'도 마찬가지 이유로 근사했다"고 밝혔다.
디유씨를 비롯한 10명의 국가별 예선전 우승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일주일간 고추장마을과 염전 방문, 갯벌 조개캐기, 사찰음식 맛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식의 다양한 매력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비록 결승전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로부터 '케이-푸드 월드 페스티벌' 개최소식을 뒤늦게 듣고 도전했는데 요리 프로그램 출전이라는 꿈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뿌듯해했다.
평소 한식을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아버지랑 가족들을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 드리고 싶다"며 "저를 많이 예뻐했던 큰고모와 사촌들도 찾아서 삼겹살과 떡볶이를 대접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1 10: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