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주년…네트워크 활성화 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올해로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가 설립된 지 10년이 됩니다. 유학생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문길(28)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회장은 30일 "10년 전 네트워크 출범 당시에 비해 조선족 유학생들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안정되면서 예전처럼 '굳게 뭉쳐야 할 이유'가 없어지다 보니 응집력이 전과 같지는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내 조선족들 가운데 석ㆍ박사과정을 포함한 유학생들이 많아지고, 주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신세대 조선족' '제3세대 조선족'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린성 허룽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충칭 서남법정대학을 나온 그는 2009년 재외동포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과정에 들어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그보다 2년 전 부산광역시에 있는 동아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려다 한국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못 온 일은 그냥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장학생으로 올 때도 비자발급이 불허됐지만 중국 내 한국 영사들과 서울대학교 측의 도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지금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오면 별 어려움 없이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족 학생이 한국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한 씨는 석사과정에 이어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실무경험을 쌓고 싶어 지난해 휴학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삼일에서 중국변호사자격증 소지자를 모집한다기에 원서를 냈다"며 "그러나 막상 중국법률을 다루는 일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와 해외지사 간에 주고받는 '이전거래'를 검토하고 보고서를 쓰는 업무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중국에서 변호사자격증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조선족 후예로 살아가는 소감을 묻자 그는 "중국이나 한국 양쪽에서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어서 일부에서는 '경계인' 또는 '주변인'이라고도 하지만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한 '이중의 자격'을 잘 활용하면 양쪽 모두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양쪽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국어와 한국어 능력이나 양쪽의 문화와 습관 등을 쉼 없이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조선족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는 신세대답게 '발전'과 '새로운 지향'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조선족사회가 해체된다거나 붕괴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중국 베이징이나 칭다오 등 대도시 및 서울 등 외국에서 조선족의 새 터전이 마련되고 있다는 말이다.
기업변호사 등 법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살아갈 터전도 "굳이 중국이나 한국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트워크 설립 10주년 행사와 관련해 그는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해외에 나가 있는 선배들까지 초청하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족 유학생들이 집단보다는 개인의 발전과 연대를 추구하는 만큼 온라인 공간을 더 많이 활용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면서 "또 회원들 간 친목 도모와 전문성 향상을 위해 현재 3주에 한 번씩 모이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내실있게 꾸려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30 14: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