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요충지에 위치한 옌볜은 투자 최적지"

 

포장 기술 도입해 옌볜 시장 평정하고 내륙·해외로도 진출

 

(옌지<중국>=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연길·두만강지역 국제투자박람회에 월드옥타 옌지(延吉) 지회가 단체로 16개 부스를 받아서 회원사들의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한상(韓商)을 비롯해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야말로 해외 진출의 좋은 창구입니다."

 

30일 중국 옌지시 연길국제전시·예술센터에서 만난 허재룡(53)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옌지 지회장은 "박람회가 조선족 기업가에게 비즈니스와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옌지시에서 식료품 등 상품 포장용 비닐을 제조하는 용성비닐인쇄포장유한회사를 경영하는 허 지회장은 자수성가한 조선족 1세대 한상이다.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교통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허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바람이 옌볜에도 불어오자 98년에 퇴직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역회사를 차려 북한 제품을 중국과 한국에 수출했고, 2000년에는 선진 문물을 배워보려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서 기공·안마원을 차리기도 했다. 때마침 일본에도 마사지 바람이 불고 있어서 가게는 4개로 늘어났고 내친김에 피부미용실까지 냈다.

 

돈은 잘 벌었지만 어디에 살아도 고향만 못하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옌지에 대한 향수를 지울 수 없었다. 중국 정부가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 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미련 없이 짐을 싸 고향으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나선항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건설하는 등 옌볜은 동북아 물류 중심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어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북 3성을 비롯한 내륙, 북한, 러시아와 이어지는 요충지에 옌볜이 있어서 전망도 밝다고 봤지요."

 

옌볜에 없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겠다며 신중히 사업 아이템을 고르다가 발견한 것이 제품 비닐포장 기술이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우수한 제품은 품질도 좋지만 포장이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생각에서 한국의 앞선 포장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남들은 포장이 거기서 거기지 뭐하러 비싼 돈 들이냐고도 했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란 생각에 묵묵히 제품을 홍보했습니다."

 

2004년 옌볜신흥공업구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만들어 제조업체를 돌며 홍보에 나섰다. 돈이 안 되는 소규모 주문에도 정성껏 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어났다. 그의 회사는 현재 옌볜 지역 식품업체의 상품 포장용 비닐의 70%를 생산하고 있고, 특히 숨 쉬는 비닐로 만든 쌀 봉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제품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옌볜 지역의 시장을 평정하자 중국 내륙 지역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월드옥타 활동을 통해 알게 된 회원사들의 도움으로 순풍을 만난 배처럼 시장 개척도 순조로웠다. 현재는 일본,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등으로도 수출해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허 회장은 "중국과 북한이 지난해 11월에 나진선봉지역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물류 개방과 경제 교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옌볜은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개방이 가속화되면 가장 먼저 수혜를 보게 될 지역이 옌볜입니다. 북한의 나선항을 통하면 중국이 태평양으로 가장 빨리 나갈 수 있거든요. 물류 중심 지역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 확실해 투자 전망도 밝습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30 11:4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