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꿈을 갖고 한국으로 왔든 사랑에 빠져 한국에 왔든 결혼이주여성이 빈민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으면 좋겠다"
다양한 다문화 활동을 펼치는 한국인재뱅크의 박은숙 다문화사업단장(52).
방송작가, 국회의원 비서관,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부침을 겪었던 박 단장은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어 글짓기 강사로 나서게 됐다.
박 단장은 결혼이주여성의 글짓기를 지도하면서 이들의 외면하기 힘든 고충을 접하고 다문화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올해 6월부터는 한국인재뱅크에서 본격적인 다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자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해외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교육경력 장벽을 꼽고 다문화가정의 사회통합을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결혼이주여성은 대학 졸업 이외에는 해외에서의 학력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해 입국 후 검정고시 등을 거쳐 학력을 다시 인정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과정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취업에 필요한 교육 경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고 이는 미취업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교육경력 단절은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경제적 자립을 힘들게 하고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심각한 애로사항이 된다는 것이 박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경력 단절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결혼이주여성은 사회의 한 일원으로 융화되지 못하고 이방인, 주변인으로 계속 남게 돼 어려운 삶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인 남편의 배우자인 결혼이주여성의 삶이 안정되지 못하면 악순환의 고리가 그 자녀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단장은 "2020년께 다문화가정 자녀가 초중고 학령 청소년들의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결혼이주여성에게 교육대 등에 편입하는 길을 열어주고 일선 학교 정규직 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결혼이주여성이 정규 교사로 학교에 채용되면 어린 시절부터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자라나는 다문화 자녀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단장의 주장이다.
박 단장은 "현재의 다문화정책은 여가활동 등 이벤트 위주인 경우가 많아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결혼이주여성의 출신지 학력을 인정하고 원한다면 부족한 교육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등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다문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9 11: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