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루려면 꾸준한 준비와 자신감 필요"
(대전=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당당히 성공시킨 한인 디자이너 조은경(44) 엑조(EKJO) 크리에이션 대표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대전시가 주최하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참가를 위해 방한한 조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침체된 유럽 시장을 넘어 한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기초를 튼튼히 쌓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 2000년 론칭한 EKJO는 휴머니즘과 내추럴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동양적인 감각이 은근하게 배어 있는 디자인으로 파리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유학길에 오른 조 대표는 자본금도, 인맥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디자인만 믿고 브랜드를 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매장을 열어야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어요.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죠. 하지만 파리에서는 샘플만 가지고도 주문을 받아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 화장지 살 돈도 없을 정도로 빠듯한 상황에서 샘플을 제작해 2000년 파리 컬렉션에 처음 출품했는데, 일본 다이마루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 파리에 매장 2개를 열고 미국, 홍콩 등의 패션쇼에도 초청받았다.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져 2005년 한국의 10대 월드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를 느낄 때쯤 곳곳에서 제휴를 원하던 업체 가운데 한국 대기업과 손을 잡았지만 의견 차이로 중도에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다시 단독으로 엑조 크리에이션을 재설립하고 창업 초기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매달렸다. 지금은 파리와 릴에 매장 3개를 두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빨리 재기하고 싶은 욕심에 굉장히 서둘렀어요. 옛날처럼 밤낮없이 일했는데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아 예전처럼 급속도로 성장하지 않으니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덕분에 천천히 초심을 다지면서 다시 성을 쌓아올리는 마음으로 기초를 튼튼히 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달려오는 동안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재불한인여성회에도 참여하고 KOWIN 행사에도 이번에 처음 참가하게 됐다.
"패션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넓게 보면 저도 아주 일부라는 것을 생각을 못하고 살았어요.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계신 한인 여성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에서 재능만으로 성공한 조 대표는 비슷한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꾸준한 준비와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한국에서도 요즘 세대가 꿈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타의로 정해진 길을 따라왔기 때문이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이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열정과 의지 모든 것을 갖춰놓은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8 10: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