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체제 첫 美고위관리 방북…2011년 에디 전 석방때와 '닮은꼴'
킹 특사 역할 '석방'에 국한될 듯…대화국면 '분위기 조성'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의영 노효동 특파원·강병철 기자 =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석방을 위해 오는 30일 북한을 전격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된 배씨가 10개월 만에 석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고위관리가 북한을 공식방문하게 됨에 따라 한동안 악화돼 온 미국과 북한 관계의 개선을 추진할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무부는 이날 오후 마리 하프 부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킹 특사가 30일 북한으로 건너가 31일 귀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킹 특사는 북한 당국에 인도적 차원에서 케네스 배를 용서하고 특별사면을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대변인 성명에서 "우리는 배씨의 건강과 안녕을 매우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정부가 배씨를 즉각 특별사면하고 고국의 품에 돌려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킹 특사는 방북기간 북한 당국과 배씨의 사면과 석방문제를 협의한 뒤 북한 당국이 특별사면을 하면 배씨와 함께 31일 귀환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날 뉴욕채널 등을 통해 배씨 석방문제와 관련해 미국 고위관리의 방북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배씨를 석방시켜주겠다는 약속 하에 킹 특사의 방북을 초청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그러나 킹 특사의 방북 목적은 배씨의 석방 문제에 국한되며 북핵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킹 특사는 전날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당장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의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킹 특사의 업무는 북핵 문제와는 거리가 있으며 미국도 배씨 문제에 한정해서 간다고 했다"면서 "북핵 문제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은 킹 특사가 지난 2010년 11월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2011년 5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3일 함경북도 나진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배씨는 올해 4월 말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 내 특별교화소(교도소)에서 수용 생활을 해왔다.
배씨가 억류된 10개월은 지금까지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된 기록으로 최장기에 해당한다.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2010년 1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에디 전이 2010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6개월이었고 2009년 3월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는 4개월이었다.
배씨는 최근 몸무게가 50파운드(23㎏)나 빠지는 등 건강이 나빠져 외국인 전용 평양친선병원에 입원했다고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 등이 밝혔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킹 특사의 이번 방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화 움직임과 직접적 관련은 없으나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 속에서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바꿔나가는데 '분위기 조성'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북핵이 됐든 다른 사안이 됐든 북미 간 대화를 하려면 멀었지만, 만약 배씨가 석방되면 북미간 대화를 하는 데 있는 장애는 제거됐다고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킹 특사의 2011년 방북 이후 북미 양국은 고위급 회담을 열어 비핵화 문제와 식량지원 문제를 집중 협의했으며 이듬해 2월29일 '2·29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직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해 2·29 합의가 무산됐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8 09: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