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이 좋아 유학을 온 학생들인데, 예치금 등 비자 연장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졸업 후 취직도 잘 안 되고…중국 학생들 편하게 대해 주세요."
웨이쓰지에(魏世杰.35) 전한중국학인학자연합회(CSSAK) 회장은 23일 "매년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는 중국 유학생이 1만 명에 이르는데,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요즘은 한국에 오는 중국 학생 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설립된 전한중국학인학자연합회는 유학생과 교수, 원어민교사 등 한국에서 학문 관련 분야에 속해 있는 모든 중국인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총 회원 수는 5만8천명 가량이고, 학생이 약 5만 명을 차지한다.
건국대학교 국제경영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위 씨는 전한중국학인학자연합회 회장 직함 외에도 다롄시해외연의회 상무이사, 옌볜대학교 한국학우회 부회장을 맡도 있다.
연합회는 전국 100여개 대학별 학생회와 제주도를 포함한 9개 도 단위 지부를 두고 있는 전국네트워크이다.
하는 일은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과 대사관 증빙서류 발급 대행이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생활정보와 비자 관련 등 각종 법률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에 온 학생들에게는 법률 및 안전교육도 실시하는 등 학교 및 사회생활 적응을 돕는다.
연합회는 또 법률부를 두고 유학생 개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조직 차원에서 대응해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교수추천서나 고용허가서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불법'이 빌미가 돼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전세를 살다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갖은 핑계로 돈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법률부가 나서 학교나 국립국제교육원, 고용노동부 및 관할 경찰서를 찾아다니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위 회장은 "유학생이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불법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며 "걸리면 불법노동에 대한 벌금을 물거나 법적인 조치를 감수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권익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취업을 위해 중국정부 관련 기관이나 단체 및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공채정보를 공유하고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한다.
위 회장은 또 "취업을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매년 학술대회와 세미나 및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프로그램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위 씨는 2002년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경영 관련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광운대학교 경영학과에 학사편입한 뒤 2008년 석사를 마쳤다. 이후 그는 두어 해 취업했다 2011년 건국대 박사과정에 입문했다.
중국 한족인 그는 조선족자치주인 지린성 옌볜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조선족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 덕에 한국 생활문화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가 처음 한국 왔을 때는 한-중 수교 후 10년이 지난 때였지만 여전히 이념과 문화의 차이 등 한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한-중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국민감정 차원에서 상처를 받는 일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두 나라 관계는 많이 돈독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학생들도 지금은 한결 편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 기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똑같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성적도 비슷한데도 누구는 1년, 누구는 2년 하는 식으로 비자 연장 기준이 불명확하다"면서 "학생들이 조금 더 편하게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한중국학인학자연합회 웨이쓰지에 회장)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3 13: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