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정치적 리더십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22일 "한일 양국은 불신의 고리를 끊고,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이날 개막한 제21차 한일포럼에서 한 특별강연에서 "(포럼이 시작된) 지난 20년간 한일 관계는 경제·사회·문화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양국 정상이 대화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국적으로 볼 때 양국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가 많이 있고,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래 큰 화근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양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 과제로 ▲저성장 고령화시대 지속적인 성장 ▲세계 슈퍼 파워가 되려는 중국에 대한 전략 ▲북핵 문제 등 3가지를 들었다.
후쿠다 전 총리는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역지사지의 자세와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지사지는 외교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양국은 오래 교류를 해왔고 공통점이 많아서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떨 때는 착각일 수 있다"며 "그런 착각이 요즘에는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방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상대방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양국의 민족주의가 때로 나쁜 방향으로 나가려고 할 때 정치적 리더십이 이에 편승하거나 부채질하지 않고, 진화시키려는 강한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럼에 많은 분이 참석한 것도 현재 양국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진정한 파트너십을 확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4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양국의 전직 고위관료와 국회의원, 지식인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한일포럼 공동 회장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현 세종대 이사장)과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현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전직 고위관료, 정치인, 교수 등 34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후쿠다 총리를 비롯해 노다 세이코 자민당 총무회장, 마에하라 세이지(민주당) 전 외무상 등 35명이 방한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2 16:3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