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현지사회서 목소리 내려면 정치적 힘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시의원에 당선하면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지난 1976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이듬해 태어난 김알레한드로(36) 씨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원에 출마하면서 밝힌 포부다. 그는 오는 10월 27일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승리선전당 후보로 도전장을 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회는 상·하원 구분이 없는 단원제로, 모두 60명의 시의원을 두고 있다. 연방의원 선거처럼 예비선거를 치르지 않고 10월 선거에서 절반을 새로 선출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며 임기는 4년이다.
김 씨는 부모가 동양인 이민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대학 시절부터 품었다.
팔레르모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변호사가 돼 개인 사무실을 낸 그는 2009년 대통령실 산하 국가기술법률등록국장으로 재임하던 호르헤 에두아르도 페이호 박사를 대부로 모시며 승리전선당에 입당했다.
이듬해 페이호 박사와 함께 각국 이민자 연합체인 '코뮤니다데스'를 창립하는 데 나섰고, 올해는 회장에 올라 이민자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김 씨는 한인사회 발전과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한인회와 한인상인연합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민청에 현지 이민사회 최초로 영주권 출장 접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현재 운전면허국장이 바뀐 후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한국어 필기시험을 주선하고 있으며, 치안부에 아베자네다 상가의 치안 상황이 심각함을 설명하고 관계자의 관심을 설득하기도 했다.
김 씨는 9일 현지 인터넷 매체인 '코르넷'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도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오해를 받기도 하고, 요구한 내용과 달리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일쑤여서 맥빠지기도 하지만 현지사회에서 한인이 목소리를 내려면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귀화와 현지 출생 등 아르헨티나 국적 한인은 1만2천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총선에는 김 씨 외에도 1.5세 백두진(45) 씨가 북부 투쿠만주에서 연방하원 의원에 출마했다. 이들이 당선하면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한인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9 16: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