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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세계한인입양인대회 참석한 제사 샤키 씨

posted Jul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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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하지 마세요, 다르게 대하지만 않으면 돼요"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여기 오면 제 처지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한국에도, 입양된 나라에서도 완벽히 속해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데 이곳은 저와 같은 '특별한'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입양인 제사 샤키(한국명 허성희·29·여) 씨는 3년에 한 번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IKAA)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IKAA에 참석한 이유는 입양인으로서 부딪히는 가족과의 관계, 학교생활, 연애,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받고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첫 한국대회 때 참석한 그는 이모와 함께 케이터링(출장급식)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까지 잠시 입양인 관련 활동을 중단했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샤키 씨는 이번 대회에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애틀에서 온 10대 아이들을 돌보고, 대회가 끝난 뒤 부산·경주·제주 등지를 여행할 때도 보호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입양인 캠프가 거의 없었고 자료도 너무 부족했어요.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아시아 여성도 별로 없었고 성공한 아시아 여성 입양인은 더욱 찾기 힘들었죠. 그래서인지 지금 자라나는 어린 입양인들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해요."

 

생후 5개월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네바다주로 입양된 샤키 씨는 교수인 아버지, 기자인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자랐다. 어머니는 그를 입양하고 나서 일을 그만두고 그를 돌봤다.

 

양부모는 한국 관련 자료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그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불고기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을 찾아 만들어줬고 그를 한글학교에 보냈다.

 

"친구들은 서로 만나서 놀고 있는데 저는 써먹을 일도 없을 것 같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글학교에 가야 하니 불만이 많았죠. 한글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할 땐 펑펑 울곤 했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한국어를 배워두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입양인을 위한 캠프가 많이 생겼고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도 많아져 다행이라는 그는 "입양인들이 '한인 입양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IKAA에 참석하는 입양인 자녀도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입양인의 자녀를 위한 캠프나 그들을 위한 여러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14살 때쯤 사춘기를 겪으며 친부모를 찾으려고 했지만 입양기관은 '18살이 되기 전에는 아무런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도서관을 뒤져 입양을 보낸 어머니들이 떠난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책을 건넸다.

 

이후 위탁부모는 찾았지만 18살 때부터 일 년에 한두 번씩 한국을 찾으면서도 친부모를 찾으려는 노력은 더는 하지 않았다.

 

샤키 씨는 "어머니가 준 책을 읽는데 친어머니가 나를 입양 보낸 건 그때는 그것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는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고 이제는 그녀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을 텐데 그 삶을 깨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미디어에 비친 입양인의 삶은 굉장히 드라마틱해요. 온갖 차별 속에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친가족을 찾으려고 인생을 걸고….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은 저를 보면 괜히 미안해하고 뭐든 해주려고 하더군요. 아무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다만 입양인이라는 이유로 '보통 사람들'과 분리하지 않고 대해 주었으면 합니다."

chom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0 11: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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