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씨 "환자와 가족처럼 지내니 성과도 좋고 보람도 커"
(카르타헤나<콜롬비아>=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와 접한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의 재활센터 'REI'에는 한국인 물리치료사 '영'이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월드프렌즈코리아 해외봉사단으로 지난해 8월 이곳에 파견된 김영우(54) 씨다.
15년 경력의 물리치료사인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그리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둘을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철강회사에 다니다가 뒤늦게 물리치료사로 변신한 그가 해외 자원봉사까지 결심한 데는 딸의 영향이 컸다.
딸 혜정(25) 씨는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10년 KOICA의 새마을리더 봉사단원으로 2년간 탄자니아에 다녀왔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번 해외봉사를 가볼까 생각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신청했다가 막상 선발되고 보니 저나 집사람이나 걱정이 앞서더군요. 딸이 격려해준 덕분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민간단체가 운영 중인 이 재활센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선천적·후천적 장애를 입은 주민에게 무료로 재활 치료와 상담 등을 제공한다.
김씨는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있어 환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손이 많이 가는 치료도 시도할 수 있어 좋다고 털어놓았다.
"4년 전에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있었는데 제가 두 발로 서는 연습을 시켜서 일으켜 세워줬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그런 치료를 해주지 않아 4년 만에 처음 선 것이라고 기뻐하더군요. 저도 보람을 느꼈죠."
환자와의 끈끈한 관계도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환자의 집에서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농장에서 수확한 망고나 유카(고구마와 비슷한 뿌리작물) 등을 선물 받는 일도 즐겁다.
"이곳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가볍게 털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죠."
외국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한국식당 하나 없는 곳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법도 한데 음식 때문에 겪는 고생은 없단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침을 해결하고, 재활센터에서 함께 현지식을 먹고, 저녁에는 고기와 채소를 요리해 직접 담근 김치를 곁들여 먹는 일에 제법 익숙해졌다.
마침 교사인 아내가 여름방학을 맞아 잠깐 콜롬비아를 찾을 예정이라 1년간 못 느꼈던 아내의 손맛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남은 1년 동안 스페인어 공부를 열심히 해 더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하면 좋겠고, 가능하면 이곳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일조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3 11: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