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파올레티 GSK 항암제 사업부 사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암은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질병입니다. 최근 암 치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생물·유전학적 지식수준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항암제 연구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파올로 파올레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항암제 사업부 사장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항암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암 유병률이 늘고 2020년에는 암 발생자가 1천500만명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7위 다국적 제약사인 GSK는 항암제 분야의 '빅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2010년 종양 연구개발(R&D) 조직과 영업(commercial) 조직을 합쳐 GSK 항암제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항암제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항암제 사업부 신설 당시부터 조직을 이끌어 온 파올레티 사장은 항암제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요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일본과 우리나라를 찾았다.
GSK 입장에서 한국은 항암제 연구와 사업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GSK 항암제 임상개발 '우선순위 국가(specialist country)'로 분류돼 있으며 GSK가 국내에서 진행하는 R&D 임상에 종양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른다.
파올레티 사장은 "유방암 치료제 '타이커브', 특발성 혈소판 감소 자반증 치료제 '레볼레이드', 신세포암 표적 치료제 '보트리엔트' 등 GSK가 개발한 여러 중요한 항암제 신약 연구과정에 한국 연구진이 거의 다 참여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한국, 일본, 대만의 연구진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위암, 간암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에 대해 함께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연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유전과학의 발전으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파악해 치료하는 '맞춤형 항암치료'와 '면역조절 항암치료'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를 통해 발암 요인 유전자를 가진 환자를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GSK는 새로운 연구 경향에 따라 '후생유전학 연구', '면역반응 연구', '신호전달 억제 연구' 등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항암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우선 제약사가 혁신성과 가치가 명확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유방암 치료제 발전 과정을 설명하며 점진적인 발전도 혁신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유방암 환자가 최초의 화학요법 항암제 이용했을 때 치료 반응이 40%였지만 8년 뒤 개발된 신약으로 치료반응률이 70%까지 성장했다"며 "이후 항에스트로겐 치료제, 'HER-2(종양의 성장에 관여하는 수용체 단백질)' 억제제가 개발돼 유방암 치료 반응이 30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초기에는 유방암 신약이 종전보다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개량된 치료제가 좀 더 효능이 좋은 신약이 개발될 때까지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파올레티 사장은 또 암의 특성에 따라 보험 급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제약사와 정부, 가격 지불자가 임상연구 단계에서부터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림프종, 난소암 등 생존기간이 5~7년 이상인 암은 치료율 개선을 확인하기 위해 9년 이상 환자를 살펴봐야 하지만 특허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전체 생존기간보다는 병이 진행되지 않는 '무(無)진행 생존기간'이라는 대리지표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