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피해, 정보력 약한 개미들만 '덤터기'

posted Jun 19,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상장폐지 피해, 정보력 약한 개미들만 '덤터기'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 주식 전광판<<연합뉴스DB>>

 

 

대주주ㆍ기관·외국인 파는 동안 나홀로 순매수

 

"개미 보호한다는 '상장폐지제도' 뜯어 고쳐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상장폐지가 임박한 기업의 주식을 사모아 피해를 키워왔던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정보력이 막강한 외국인과 기관은 일찌감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대주주는 보유지분을 줄이는 수법으로 주주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취지 아래 도입한 상장폐지제도를 개혁해 상장폐지 이후에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증권학회는 19일 박진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와 같은 대학 박사과정의 이포상씨가 지난 2003∼2012년 10년간 상장폐지된 232개 기업의 투자자별 매매실적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개인투자자는 상장폐지 이전 1년 동안 발행주식수 대비 평균 9.82%의 순매수를 보였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3.12%와 2.15%씩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은 상장폐지 1년 전부터 8.50%를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24%와 3.57%씩 순매도를 보였다.

 

상장폐지 전년도 말 기준으로 해당 기업들의 1% 미만 소액 개인투자자 지분율이 54.91%(유가증권시장)와 60.06%(코스닥시장)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피해가 개인에게 돌아간 셈이다.

 

연구진은 "상장폐지 이전 1년 동안의 보유기간초과수익률(BHAR) 평균이 약 -96%란 점을 생각할 때 엄청난 손실이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상장폐지 이전 3년간의 대주주 지분율 변화도 분석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30.35%에서 23.45%로 6.90%포인트 줄었다. 특히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28.70%에서 18.39%로 무려 10.31% 감소했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가 기업 부실화와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비해 보유한 지분을 처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대주주가 부의 감소를 회피하려고 지분율을 축소하는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순매도로 손실을 줄인 반면 개인은 지속적인 순매수 패턴을 보였다"면서 "결국 대주주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개인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상장폐지로 인한 엄청난 손실이 대부분 정보 열위에 있는 개인에게 집중돼 소액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상장폐지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면서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식의 유동성을 확보해 충격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9 05: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