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국민신뢰를 잃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정책 혼선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건강보험료 개편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벌어진 혼란에 대해 “국민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정책에 대한 치열함과 세심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직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제대로 의견 조율을 하지 않아 인프라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은 후속 개각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 또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는 “내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소신 있게 정책 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무총리는 책임총리답게 거중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장관들도 소신과 강단으로 무장하고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 연설은 국정 난맥과 급격한 민심이반 등 여권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집권여당으로서의 주도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됐다. 비박(비박근혜)계 원내사령탑 출범을 계기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김 대표는 최근 20%대로 급락한 박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저희부터 먼저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와 공동운명체”라며 “당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대통령의 어려움을 돕겠다”고 했지만 스탠스는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주로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당이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당 주도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과 당 대표 간 정례 회동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가동되지 않던 당청 소통 문제를 적극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을 염두에 둔 듯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책이 국민 눈높이와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본래 의도와 달리 서민과 중산층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은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독일의 ‘세대 간 형평성위원회’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 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강조한 뒤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