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그리스 새 정부, EU와 채무경감 협상 정면 충돌

posted Jan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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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그리스 새 정부, EU와 채무경감 협상 정면 충돌

 

 

그리스에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에 반대하는 연립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채권단인 유럽연합(EU)과의 채무경감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긴축 반대' 외에는 정치성향이 정반대인 그리스독립당(ANEL)과 손잡고 27(현지시간) 새 내각을 구성하는 등 구제금융 재협상 의지를 다졌다. 반면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 최대 지분국이자 그리스 최대 채권국으로 총선 전부터 그리스의 부채탕감은 불가하며 약속한 구제금융 이행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해왔다.

 

그리스 새 연립정부와 EU는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지만, 2012년에 그리스가 재정흑자를 내면 부채상환 부담을 덜어주기로 약속한 바 있어 만기연장이나 이자할인 등의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ECB가 전면적 양적완화 정책으로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기로 한 7월 전까지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그리스 경제회복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정국 혼란 등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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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연정, EU와 정면충돌"빚 깎아줘야" vs "절대 불가"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지난 25일 총선 승리 수락연설에서 "처참한 긴축은 끝났다, 트로이카는 과거가 됐다"고 밝혀 EU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재협상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치프라스 신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175% 수준인 3200억 유로(388조 원) 규모의 국가채무 절반 정도를 채권단이 손실처리(헤어컷)하는 채무 재조정을 요구해왔다.

 

에프클리드 차칼로토스 시리자 경제부문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부채 전액상환이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EU와 주요 회원국은 시리자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맞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전날 회의를 열고 그리스 새 정부에 트로이카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회원자격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약속이 이뤄졌으므로 그 약속은 준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누아 쾌레 ECB 집행이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부채 탕감 여부는 ECB의 권한 밖이며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 역시 그리스의 새 정부는 채권국들에게 의무를 다하기를 희망한다며 "새 정부는 (이전 정부가) 그동안 지속한 경제회생 대책을 강화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CB '그리스 국채 매입' 전 합의 가능

 

이처럼 양측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지만 양측 모두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를 원치 않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종전 정부가 트로이카 대표단과 협상한 방식 대신 EU 회원국 정상들과 직접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조만간 EU 정상들과 만날 예정으로 특히 엄격한 재정규율로 긴축을 강조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이 주목된다.

 

EU 통합을 중시하는 메르켈 총리는 포르투갈 야당도 시리자의 승리에 고무돼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EU'남북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만 한다. 트로이카는 201211월에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가 흑자를 내면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시리자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이미 그리스 전 정부는 2013년 기초재정수지가 15억 유로 흑자로 확정되자 지난해 4월 유로그룹에 채무부담 완화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트로이카 대표단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이행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제금융 분할지원금 제공 협상에서도 합의하지 못해 채무부담 완화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아울러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따라 지난해 말 협상에서 EU 측 구제금융 프로그램 시한을 228일로 연장하고 분할지원금을 제공하지 않았다. 따라서 EU 정상들은 시리자가 요구한 협상에서 원금을 탕감할 수는 없지만 만기 연장이나 금리 할인 등의 방식으로 채무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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