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2015년 인사·조직 관리 이슈’

posted Jan 19,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년 한국 기업이 처하게 될 대외, 대내 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들도 사업이나 조직 운영 측면에서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다소 보수, 안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내 환경 측면에서는 이미 통과되었거나 검토 중인 고용 관련 법률 및 정부 정책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년 60세 연장 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부터는 공기업과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등에 관련 법안이 적용된다. 장시간·저효율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68시간인 근로 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도 검토 중에 있다. 이 밖에도 고용 차별개선, 노동 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 등이 정부 주도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기업이 인력 규모를 결정하고 고용 관계 및 임금 체계를 설정하는 등 전반적인 인력 운영 방향을 수립하는데 큰 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업 내 고직급·고연령화 인력 구조도 올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상이고(5인 이상 사업장 기준), 조선, 철강 등의 업종에서는 젊은 직장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이러한 현실이 정년 연장과 임금 피크제 도입 등의 이슈와 맞물려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인력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전략적인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을 쫓아가던 과거와는 달리 변화를 먼저 읽고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지향하고 있다. 남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신속성과 구성원들의 전문성, 창의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직급·고연령화 인력 구조 속에서 구성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인사·조직 관리 이슈 결코 밝지만은 않은 국내외 상황 속에서 올한해 기업들은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영 기조 속에서 인사·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인적 자원의 효과적인 운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각종 법률 변화에 대비한 사전 준비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이슈들을 인사·조직 관리 영역별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일의 속성 반영한 직무 중심의 보상 체계 대두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해보다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임금, 임금 피크제 등의 이슈와 맞물려 나이와 연차를 중시하는 현 연공서열 기반의 임금 체계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구성원들의 기여도나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 임금 체계의 대안으로 일의 속성을 반영한 직무급제 도입이 부상하고 있다. 수행하는 일에 따라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다르고 역할과 책임 또한 다르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 임금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사 부서와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각기 하는 일이나 필요한 역량이 다르고 시장에서의 몸값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에임금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무급제 보상 체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업무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임금 수준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관리자와 관리자가 아닌 직원 사이의 임금 격차도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역할과 책임이 변하지 않는 한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 이처럼 직무급제에서는 얼마나 회사에 오래 근무했느냐는 것보다, 어떤 일을 하며 자신의 역할과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급여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직무급제가 현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에 비해 가진 장점이 있기는 하나, 문제는 기업에서의 제도 설계 가능성과 구성원들의 수용성이다. 직무 특성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일의 속성을 구분하고 상대적인 중요도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특성상 직원 개개인의 직무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부서 이동 등도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 설계와 운영 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구성원들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느냐 여부이다. 우리의정서상, 같은 사무 공간에서 여러 해 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와 수행하는 일이 다르다고 해서 급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따라서,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기업이 처한 상황, 구성원들의 정서를 고려한 적용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편을 결정하더라도 많은 사전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임금 체계 개편은 단순히 임금의 항목이나 수준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금 결정의 기준이 나이와 연차에서 직무로 바뀌는 만큼 직무 구분과 직무별 역할 및 책임 명확화도 필요하다. 각 개인에 대한 인사 관리의 상당 부분도 직무 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 구성원의 다양성 심화에 따른 최적의 인력 운영 함수 찾기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노동 시장 구조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근로 계약 등에서의 인력 운용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고용 형태에 따른 규제 합리화 및 근로 조건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일자리 형태나 일하는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고용 형태별로 보다 세심한 인력 관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고용 형태뿐만 아니라 조직 내 인적 구성도 날로 다양해 지고 있다. 속도는 더디지만 여성 인력도 점차 증가하고 있고, 생산직에 국한되었던 외국인 인력도 점차 사무직, 전문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취업자 평균 연령이 40.5세(2013년 5인이상 사업장 기준)로 높아지면서 세대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한 부서에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Y세대가 공존하는 셈이다. 인적 구성이 다양해짐에 따라 기업의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다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자리마다 적합한 고용의 형태가 있을 수 있고,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의 특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당 수 기업들이 인력 계획 수립 시 단순히 최근 몇 년간 이직률과 신규 일자리 수, 진급률만을 놓고 전체 인력규모를 산출해 왔다. 앞으로는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더욱 심화되는 만큼 고용 형태나 성별, 연령대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인력 계획 수립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무와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력의 특성 등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반이 갖춰지면 직무와 적합 인원에 대한 매칭도 가능하다.

한 예로,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TESCO의 인력 계획 수립 사례를 우리 기업들이 참고할 만 하다. TESCO는 사업이 글로벌화되고 인적 구성이 다양해짐에 따라 직무를 지역과 사업 영역, 일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인재 유형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직무에 따라 고객 접점에서부터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는 업무까지 6개의 단계로 분류하고, 각 단계별로 직무 수행자가 갖춰야 할 지식과 기술을 분류했다. 이를 근거로 매년 2월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분기별로 모니터링 및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단순한 인력 수요-공급 예측이 아니라 인력 특성이나 고용 형태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최적의 인력 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채용 기준, 스펙에서 역량 검증으로

기업들의 조심스런 행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채용 인력 규모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인사관리협회가 소속 회원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2014년 대비 올해 채용 규모’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는 ‘2014년과 동일(42%)하거나 줄어들(41%) 것’이라고 답했다.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채용 규모는 늘지 않겠지만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업의 눈은 더욱 세밀해지고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때일수록 인재에 대한 목마름은 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 기업의 눈은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역량 검증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기업이 지원자의 스펙을 보더라도 스펙의 양이나 다양성이 아니라, 본인이 지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스펙을 얼마나 깊이 있게 쌓았고 이를 통해서 어떤 역량을 축적했는지 더욱 관심 있게 볼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역량 축적의 스토리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채용 확률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 역량 검증을 더욱 중시하는 변화가 이미 일부 기업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역량 검증과 실무진 중심 면접을 진행해왔던 LG전자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 선발을 위해 ‘LG코드챌린저’를 실시한 바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경연 대회로, 입상자에 대해서는 서류 전형 없이 바로 인·적성 검사와 면접을 실시했다. 지원자들끼리 스펙이 아닌 역량으로 경쟁하게 만든 것이다.

기존 채용 프로세스에 직무 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추가한 삼성의 채용 프로세스 변화도 기업들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신세계그룹, 대림 그룹 등이 최근 직무별 채용을 도입하면서 지원자의 역량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채용 기준이 역량 검증 중심으로 점차 변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 또한 지원자의 역량 수준을 변별해 낼 수 있는 안목을 더욱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업무 상황을 설정한 모의 평가나 면접 질문의 구조화, 면접 위원에 대한 사전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스펙만을 보고 역량을 검증하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4. 성과 평가는 기본, 개인의 전문성 검증 강화

몇 년간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이직이나 퇴직을 하는 인원도 줄고, 60세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인력의 고직급·고연령화 구조는 점차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신규 인력의 유입과 기존 인력의 유출 모두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일종의 ‘인맥 경화’에 직면하고 있다.

인력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 내부 인력의 활용, 개발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각 개인의 전문성 검증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업 현장은 고직급·고연령화 인력 구조 속에서 승진 인원은 제한적이지만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승진 대기자는 많은 상황에 처해 있다. 점차 증가하는 중장년층 인력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성과 기여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 또한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평가를 보상뿐만이 아니라 전문성 검증을 통한 인력 개발·운용의 참고 지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 영역이나 항목을 보다 세분화, 구체화해서 한 개인에 대한 다차원 검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평가의 형식도 일을 ‘잘한다’, ‘못한다’식의 선택형 평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기여도와 보완점을 기재하는 서술형 평가가 보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평가 시스템을 성과 평가와 역량 평가로 크게 구분하고 역량 평가는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역량으로 나누어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과 평가는 연봉과 인센티브 결정에, 역량 평가는 승진이나 직책 보임 여부 결정 등에 구분하여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역량 평가를 서술식으로 구성, 그 내용을 시스템에 축적함으로써 장기적인 인력 활용과 개발의 중요 자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것의 기반이 되는 직무 전문성 평가의 도입이나 방식에 대해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5. 조직 문화와 인력 운영에서 실행력 강조

환율, 유가 등의 대외 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효율성 관점에서의 내부 혁신은 지속적으로 추구하겠지만 사업 구조 개편 등 굵직한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28개사 CEO를 대상으로 2015년 경영 기조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긴축 경영(51.4%)을, 중소기업은 현상 유지(46.6%)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영 기조로 볼 때,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규모는 작년과 유사하거나 소폭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사업이나 전략 사업 등 미래 준비 사업에 대해서는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실행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 수 기업들이 금융 위기 직후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밑그림 구상 노력들을 4~5년간 꾸준히 해 왔고, 올해는 탐색 및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의 조직 개편에서도 신사업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등 실행력 강화를 위한 노력들이 두드러졌다.

LG전자는 전사 신사업 전개를 강화하기 위해 ‘이노베이션사업센터’를 신설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사업부를 신설했다. 삼성전기는 신상품기획, 신사업의 조기 사업화를 전담할 ‘신사업 추진팀’을 구축했으며, SK C&C는 빅데이터의 ICT 사업 전개를 가속화할 ‘ICT성장담당’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이밖에도 SK이노베이션, LS엠트론 등이 신사업 관련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신사업 추진체를 구축하는 목적은 책임을 부여하고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조직 분위기 역시 이를 뒷받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인력 구조가 갈수록 고직급·고연령화됨에 따라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나 스피드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시키는 것, 안전한 것만을 추구하는 직원보다 리스크를 감내하며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 가고 실천하는 직원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로부터 학습을 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분위기 역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이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올해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육성하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동 시장 개혁, 임금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경영진과 구성원들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각각의 이슈에 대해 최적의 방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 @ LG경제연구원
 
 
www.newssports25.com
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스포츠닷컴&추적사건2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