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장면, 녹화해 줄 수 있나요?”

posted Jan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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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장면, 녹화해 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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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중국인 의료관광객과 국내 성형외과를 중개해주는 조선족 관광통역사 A씨는 요즘 중국 손님들에게 이런 말을 부쩍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는 9일 “성형관광을 문의하는 고객 중 자신이 수술받는 모습을 촬영해 줄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생일파티’를 벌여 물의를 빚은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까지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 성형외과 못 믿겠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이런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의료계, 특히 성형외과의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병·의원들은 환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생일파티’ 사진들은 해당 병원의 간호조무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퍼져나갔다. 수술실에서 파티를 벌이거나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배경으로 장난치는 모습 등이 그대로 찍혔다. 중국의 대형 포털 ‘바이두’에서 이 성형외과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면 언론사 수백여곳에서 게재한 관련 기사 1000여건이 이 사진들과 함께 쏟아져 나온다.


‘환자를 캐시 카우(돈벌이 대상)로 본다’ ‘한국은 의료 윤리가 완전히 죽었다’ ‘한국 의료계의 제도적 문제’라는 식의 강도 높은 비판 댓글과 함께 ‘셀프 카메라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조롱 댓글도 잔뜩 달렸다. ‘대만의 좋은 성형외과를 찾아보자’며 한국 성형외과를 이용하지 말자는 글도 올라왔다. 기사들은 대부분 국내 성형외과의 사망 사고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A씨는 “우리나라 언론에 성형외과 의료사고 기사가 뜨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돼 중국 사이트에 올라간다”며 “원정 성형수술을 계획하던 중국인 환자들이 사전에 이런 정보를 다 찾아본 뒤 한국 방문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환자 못지않게 중국인 환자들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행여나 이번 사건으로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격해질까 바짝 긴장한 상태다. 병·의원들은 환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성형외과는 ‘유령 수술에 당하지 말라’를 아예 홍보 표어로 걸고 나섰다. 이 병원은 최근 실시간 ‘수술 중계 시스템’을 설치했다. 환자 가족들이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수술 장면을 실시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당초 약속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집도하는 ‘섀도 닥터’나 수술 과정의 비위생적인 행위 등을 염려하는 환자들을 위한 조치다. 또 다른 성형외과들은 환자가 요구할 경우 아예 수술 장면을 녹화해 이동식 저장매체에 담아준다.


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성형외과 선택 기준으로 ‘수술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를 꼽고 있다. “수술실 문이 반투명이거나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으면 일단 의심하고 본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은 수술실 문 일부 또는 전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보호자가 원할 경우 밖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원장 이모(44)씨는 “수술실은 폐쇄적인 공간이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환자나 가족은 전혀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문제를 은폐할 여지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