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인질극, 이혼,재혼 가정파괴사회 경종
요즈음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사회윤리 의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혼과 재혼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한 가정을 이루는 일(결혼)"이 가지는 사회윤리적, 종교적 중요성과 의미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
별거 중이던 아내를 불러달라며 전남편과 의붓딸 2명, 친구 등 4명을 흉기로 위협하며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성이 경찰 대치 5시간여 만에 검거됐다. 인질극은 종료됐지만 집 안에서는 아이들의 친아버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으며, 두 딸 중 막내딸은 중상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인질범 김모(48)씨는이날 오전 9시46분부터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별거중인 아내의 전남편 A(48)씨와 자녀 2명, 자녀의 친구 1명 등 4명을 흉기로 위협하며 '별거 중인 아내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인질극이 벌어진 주택은 별거 중인 아내의 전남편 집으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별거 중인 아내 B(43)씨를 불러 전화로 아이들을 풀어주고 자수하도록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B씨와의 통화에서 '전남편과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하며 5시간 넘게 인질극을 이어갔다. 경찰은 더이상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후 2시25분 경찰특공대 10명이 출입문과 창문 등을 통해 집안으로 강제 진입했고, 5분만에 김씨를 검거했다.
인질로 잡혀 있던 나머지 딸 1명과 딸의 친구로 추정되는 10대 여고생 등 2명은 무사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와 B씨는 법적으로 부부 관계지만 현재는 별거 중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으며, 최근 B씨가 만나주지 않자 전남편인 A씨 집에서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안산시 다른 동네에서 거주하면서 사건이 발생하자 "재혼한 남편이 아이들을 잡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는 경찰관, 경찰특공대, 소방관 등 30여명과 구급차 3대가 출동했다.
*경찰대응 미숙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벌어진 경기 안산 인질극은 결국 아내의 전 남편과 딸이 살해되며 비극적으로 끝났다.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인질범 김모(46)씨를 검거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면서 인질협상 과정에서 대응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상 인질극 사건에서 인질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경찰의 대응능력으로 판가름된다.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단순 인질극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 딸(16)이 경찰의 협상 도중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돼 경찰의 협상 대응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3일 오전 9시36분 "재혼한 남편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는 A(44)씨의 신고를 접수한 뒤 오전 10시40분쯤 인질협상 대응팀을 투입했다. 인질협상 대응팀은 A씨와 김씨가 통화하도록 하는 한편 김씨와 직접 협상을 벌이며 자수를 종용했지만 김씨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김씨는 A씨와 통화 도중 "당신 왜 이렇게 사느냐" 등의 자극성 발언을 듣고 흥분해 고성과 함께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가 둘째 딸을 흉기로 찌른 시점이 이 무렵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는 오후 들어 "전 남편과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더 이상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특공대가 오후 2시25분쯤 집안으로 진입했을 때는 이미 둘째 딸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인질범 김씨 역시 경찰에서 "아내와 통화 도중 흥분해 둘째 딸을 질렀다"고 진술해 당시 경찰이 A씨의 자극적인 발언을 왜 막지 못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경찰의 현장 출동 이전에 A씨와 다퉜다는 진술을 했지만 둘째 딸이 흉기에 찔린 시점이 협상 개시 이전인지 이후인지 현재까지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5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 동안 김씨와 A씨, 전 남편 박모(48)씨 간의 정확한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A씨가 누구와 언제까지 혼인했다가 이혼했고,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누구와 혼인상태를 유지하며 동거했는지, 최근에는 어디서 거주했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함께 인질로 잡혀있던 박씨의 지인을 딸 친구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간 관계조차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다 보니, 범행 동기, 살인사건 비화 가능성 등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대응하는데 미숙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사건 신고 직후 인질은 딸 2명뿐이라고 파악했지만, 실제로는 박씨와 박씨의 지인까지 2명이 더 있었던 사실을 경찰특공대 투입 후에야 알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박씨 시신은 숨진 지 하루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현장의 인질 수나 사망현황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것도 인질범과의 협상 과정이 미숙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특공대의 투입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가 오후 들어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했을 때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더라면 적어도 둘째 딸은 살릴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특공대는 낮 12시40분쯤부터 건물 옥상에서 대기하다가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진 오후 2시25분에야 진입에 나섰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아무리 합법적인 이혼과 재혼을 하더라도 "가정을 파괴하는 일"은 결국 비극적 종말을 부른다"며 우리 사회의 이혼과 재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라고 말한다. "재혼", 무리없고 행복한 재혼이 이루어지면 좋지만 그러기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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