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11일 신당창당 준비모임인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합류를 선언함에 따라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 고문의 신당행이 야권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찻잔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오는 4월 치러질 보궐선거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관심이다.
국민모임은 이날 정 고문의 합류로 합리적인 진보를 표방하는 신당창당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
고문과 함께 김성호·최규식·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신당에 합류키로 하는 등 재야,
시민단체로서 부족할 수 있는 정당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합류 가능성도 있어 신당의 파괴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남 바닥 민심에 깔려 있는 야당 실망론을 감안할 때 정 고문 외 천 전 의원까지 결합하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은 곧
호남 신당론과 결합 돼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천 전
의원은 "현재 탈당하거나 신당에 합류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 고문과 늘 뜻을 같이하지만 탈당을 같이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관망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이후 당내 일부 세력의 이탈 및 분당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야권 재편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 고문의 신당행이 강력한 폭발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큰
선거가 없고 가장 중요한 20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명분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이 총선 공천을 포기하고
재야에 나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게 이유다. 정 고문이 참여하는
세력이 야권발 정계개편을 몰고 올 수 있는 태풍으로 성장하기 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내 추가 분열과 4월 보궐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에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비노(비노무현)계가 정 고문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친노계 사당화', '계파 독식'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또 문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 뒤 총선 공천이 투명하게 되지 않을 경우 탈당파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중인 국민모임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도 야권재편의 태풍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만약 의외의 선전을 펼칠 경우 대안정당으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반면 참패를 할 경우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정 고문의
신당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제3신당은 언제든지 나왔던 이야기지만 전부
실패했다"며 "국민모임은 정당화되는 순간 지리멸렬해진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도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지금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할 때"라며
정 고문의 신당행을 안타까워했다. 당권주자들도 정 고문의 탈당과 관련, 아쉬운
마음만 드러냈을 뿐 정치적인 파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오전 울산지역 대의원대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한마디로 안타깝다"며 "우리당이 진보적 노선으로 가지 않더라도 당내에서 우리당이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내부에도 계파갈등의 골이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깊게 반성한다"며 "분열해서 패패의 길로 가지 말고 통합·단결해서 승리의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은 "탈당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있는 곳에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쉬운 곳에서 혁신하는 것보다 어려운 곳에서 혁신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여기 남아서 혁신하는 길에 함께 했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주승용 의원은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고 신당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우리당을 대표하는 분이 오죽했으면 탈당을 결심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며 "계파 패권주의와 낡은 이념 논쟁이 정 고문의 설 자리를 잃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