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 정권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정치세력으로서 존망의
위기가 걸린 엄중한 도전에 직면했다.'김영한 민정수석 항명'과 '정동영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여야의 충돌로 터져나온 사건이 아니다. 하지만 두 사건은 각각 여권과 야권 내부의 '근본적인 한계와 모순'에
뿌리가 닿아 있다. 파장은 당분간 깊고도 넓게 퍼져갈 것이다.
김영한 민정수석 사퇴는 박근혜 정권 내부의 권력구조가 박근혜 대통령 1인 중심의 부챗살 형태로 짜여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안에서 수석비서관들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춘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에는 '잃을 실'자
실세(失勢)는 있어도 '열매 실'자 실세(實勢)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말은 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1인 이외에는
김기춘 실장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허세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권 내부의 이런 권력구조는 내각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은 정홍원 국무총리나 김기춘
비서실장을 존중하지 않는다. 정부 안의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직접 내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온갖 비난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장관들이 '받아쓰기 국무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측근 3인방을 교체할지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참모들을 바꾼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는 독선적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한 만기친람형 국정운영 스타일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정권은 결국 파탄을 맞을 것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11일 "참모진 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인식 전환과 행동이다. 정파의 리더로서 발휘했던 리더십과 국정 책임자로서의
리더십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이영표 해설가가 말했듯이 대표팀 감독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변할 수
있을까? 정동영 상임고문 탈당이 당장 새정치연합의 분열이나 신당의 출현,
야권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새정치연합이 입은 내상은 깊다. 정당의 대선 후보를 지냈던 유력 정치인이 바로
그 정당의 가치와, 정책 노선, 그리고 집권 가능성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 고문은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이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비판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이 정동영 고문 탈당을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지역균열에 기초한 정당체제를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동영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비난하거나 야권분열이라는 담론으로 방어해서는 안 된다. 모호한 정체성, 지역구도 지지기반, 패권적 조직 관행, 문제해결
능력 등에 대한 답변을 전당대회에서 내놓아야 한다."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기호순)에게 그런 역량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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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대진 대기자 smi54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