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사건 일단 봉합…`檢 내홍' 후유증 남겼다

posted Jun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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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사건 일단 봉합…`檢 내홍' 후유증 남겼다>

법무장관-검찰총장 `힘겨루기'ㆍ공안-특수간 `갈등' 노출

 

국정원사건 일단 봉합…'檢 내홍' 후유증 남겼다

 

검찰 개혁작업에 걸림돌 될듯…`상설특검' 조기 부상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검찰이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4월 중순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가 두달만에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형 공안사건 수사로 큰 관심을 받았다.

검찰은 당초 지난해 발생한 '검란(檢亂)' 사태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명분 아래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다짐했다.

 

그러나 수사 종반 원 전 원장의 신병처리 방침과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검찰과 법무부 간은 물론 검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물론 수사 초기부터 원 전원장의 신병처리 문제는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채동욱 총장 취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검찰 조직에 또한번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의 이번 국정원 수사에 대한 각오는 대단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때부터 수사에 강한 의지가 나타났다.

 

채 총장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했고 공안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 특수통인 윤석열 부장을 팀장으로 앉혔다. 수사검사로 공안과 특수, 첨단, 형사부의 정예검사들이 망라됐다.

 

수사팀 구성 열흘 만에 원 전 원장을 전격 소환한데 이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검찰 수사는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듯 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보름여 앞둔 지난달 말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설이 갑자기 불거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25일께 대검찰청에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중간보고를 했다. 채 총장은 이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 "법률가로서 양심상 도저히 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법리 검토를 다시 해볼 것을 검찰에 주문했고 검찰 내부, 특히 수사팀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

 

법무부와 검찰은 "중요 사건 수사에서는 통상적으로 검찰이 법무부에 보고해 오고 있으며 '이견'이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애써 해명했다. 과거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건과 같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행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선 "정식 지휘권 행사는 아니지만 장관이 수사팀 의견을 묵살한 것은 사실상의 지휘권 행사에 속한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졌고 `국정원 사건'은 법무장관-검찰총장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가 됐다.

 

원 전 원장의 신병처리 발표가 지연되면서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장관-총장간 갈등 뿐 아니라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 대립이 노출됐다.

 

민주당이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과 재정신청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원 전 원장 처리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까지 비화됐다.

 

검찰이 이날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키로 하는 사실상 '절충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 봉합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 조직에 남긴 후유증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통한 수사개입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면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원 전 원장 처리를 놓고 특수부 출신 검사와 공안부 출신 검사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검란 사태 당시 알려졌던 검찰 내부의 갈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부장검사가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조직이 입은 상처는 더 커졌다.

 

이번 사건이 채 총장 취임 이후 속도를 높여왔던 검찰개혁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검란'이라는 지도부 내분 상태로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던 검찰은 채 총장 취임 이후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구성, 각종 개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채 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공정성·중립성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국정원 사건 수사로 인해 그동안의 개혁 작업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검찰 내 모든 이들은 선입견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국정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분명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수사팀은 정도대로 차분히 수사를 진행하라"고 당부했지만 외부로부터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로 인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설특검 설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부터 국정원 사건은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했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도 정권의 개입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앞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사건은 상설특검을 설치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pdhis95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1 17: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