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통일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기본적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으로 기본적으로 민간이 판단해서 추진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신변안전에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했던 말과 토씨만 약간 달라졌을 뿐이다.
그
중간에 입장 변화가 감지되기는 했다. 류길재 장관이 8일 국회 답변에서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언급하면서다. 하지만 통일부는 바로 이튿날 브리핑에서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놨다. 오는 20일쯤 영화 '인터뷰' DVD를 풍선에 띄워 보내겠다는 한 민간단체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 단체는 정부가 공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행사를 취소할 뜻을 밝혔지만 통일부는 그런 공문은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대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건지 들을수록 헷갈리고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물론 행간의 의미로 보면 웬만하면 막는 쪽인 것 같기는
하다.
법원의 판결도 그렇고 여야의 공통된 요구나 여론 동향을
보더라도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이런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압박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회담은 성사시켜야 하고, 동시에 국내 여론도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들이 세밀하게 조율되지 못하다보니
장관과 실무진 간에도 엇박자를 내면서 추진동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북한에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 입장과 원칙은 지키는 고도의 협상전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북한에는 괜한 빌미를 주며 아까운 1주일을 허송세월해버렸고, 오는 12일 신년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짊어지게 될 부담은 더욱 커졌다.